오피니언 사외칼럼

[수요산책]공간을 지배하는 드론 혁명


이희우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연구소장·예비역 공군 준장

4차 산업혁명 기수로 등장

관련법 정비해 활로 터줘야


영공이란 한 국가의 주권이 인정되는 공간이므로 다른 나라 비행기가 허가 없이 통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개인 소유 땅 위는 어떨까. 소형 드론이 무단 침입한 개인택지 위 공간의 소유권도 인정될 수 있을까. 드론이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공간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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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Drone)은 벌이 날갯짓을 할 때 내는 윙윙거리는 소리를 뜻한다. 대공포의 표적기 역할을 하는 군사 용도로 처음 개발됐다. 이후 무선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정찰, 기만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다가 IT 기술을 만나면서 이제는 첨단 전투기를 대체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론 기술이 민간 용도로 응용되기 시작하면서 드론의 수요와 기술 발전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방산전문 컨설팅업체인 틸그룹에 따르면 올해 세계 드론시장규모는 약 8조원에 달하며 2023년이면 100조원 이상의 큰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드론은 아직 각종 규제들로 묶여 있지만 드론과 연계될 수 있는 융합상품이 무궁무진해 드론의 활용 범위는 가늠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드론의 산업적 활용이 본격화된 분야는 배달이다. 피자배달을 넘어 드론이 택배시스템의 기수로 부각되기 까지는 불과 몇 년이 걸리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소형 드론을 통한 항공사진 촬영이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젠 ‘드론 저널리즘’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뉴스와 방송 및 영화 촬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드론은 농업 분야에도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드론을 이용한 농약 및 작물 씨앗 살포는 이미 경제성과 효과성이 검증됐다. 저렴하면서도 해상도 높은 항공 촬영이 가능함에 따라 작물 작황 상태, 산림 병충해 정도, 염전 상태 등에 대한 과학적 분석으로 정확한 예측과 예방이 가능해졌다. 이외에도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지역에 장기체공 드론을 띄우면 문명의 혜택을 나눌 수 있으며 토네이도 속을 비행하는 드론을 개발하면 토네이도의 발생시점과 경로 예측의 정확도를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지구 환경 모니터링을 위해 멸종 위기종의 동물 개체 수를 파악하거나 북극해의 광범위한 지역 온도와 염도 측정, 기후변화와 관련된 에너지 흐름 추적 등에 드론이 활용될 예정이다.

본래 지상에 기반을 두고 생활하던 인간이 비행기의 등장으로 확대한 3차원 공간 영역은 그동안 소수 조종사만이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드론의 등장으로 3차원 공간도 모든 사람의 생활 무대이자 일터가 되어 가고 있다. 미국은 향후 10년간 드론 관련 직업이 미국 내에서만 10만개 창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제 드론은 3D 프린터와 함께 4차 산업 혁명의 기수로 등장한 것이다.

우리는 정보화가 이끈 3차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다. 드론은 정보화 산업의 산물이다. 드론은 일종의 모바일 IT기기요 날아다니는 사물인터넷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드론 산업 육성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다.

따라서 드론과 관련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나서 드론산업을 육성하는 전략보다는 드론산업을 우선 육성하면서 법과 제도를 병행 정비하는 선제적 전략 구사한다면 미국이나 이스라엘, 중국과 같은 드론 선진국을 조기에 따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비록 유인항공기의 발전을 선도하지는 못했지만 무인항공기인 드론만큼은 대한민국에 의해 선도되는 항공 역사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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