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한 수 놀았다

제4보(41~60)


흑41부터 다시 본다. 이 부근에서 요다는 시간을 뭉텅뭉텅 쓰며 고심했다. 흑41로 55에 두면 가의 공격이 매섭다. 그렇다고 흑41로 가에 두자니 백이 55의 자리에 한방 잽을 가격하는 것이 싫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실전보의 41로 둔 것인데 이것은 백54로 끊기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현지의 검토실에서는 장쉬가 백44로 먼저 참고도의 백1에 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흑2면 계속해서 3으로 단수를 친다. 그때 A에 따내면 백이 4의 자리에 뻗어 흑대마가 쫓기게 되므로 흑은 4에 패로 받을 수밖에 없다. 백은 패를 강행하여 우상귀를 9에서 13까지(8은 5의 오른쪽) 유린하게 되며 이것으로 미세한 계가바둑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는데…. 장쉬도 그 수순을 읽기는 읽었다. 그러나 그는 미리 44로 붙여 흑의 양보를 받아내는 작전으로 나갔다. 흑45 이하 53은 요다의 인내심이 얼마나 지독한지를 잘 나타내 주는 수순들이다. 장쉬는 그 정도로 활용했으면 상당히 이득을 보았다고 생각하고 그냥 56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그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지금도 백56으로는 나에 몰아 패를 결행해야 했던 것이다. 다음에 백이 나에 몰면 흑은 여전히 가로 받을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백56은 거의 불필요한 수가 아닌가. 이런 경우를 프로들은 ‘한수 놀았다’고 말한다. 장쉬가 헛수에 가까운 수를 둔 것이다. 복기 때 장쉬는 좌상귀 방면에 흑이 쓸 수 있는 팻감이 많아서 패를 꺼렸다고 했는데 그럴 바엔 처음부터 백54를 두지 말았어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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