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달러가치의 급락세가 지속되면서, 세계경제가 약(弱)달러의 공포에 떨고 있다. 유럽은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 회의)'를 통해 미국 달러 약세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고, 브라질은 헤알화의 지나친 강세를 막기 위해 미 달러화에 대해 금융거래세를 물리기로 했으며, 호주에서는 약달러로 인해 높아진 제작비 때문에 영화 촬영을 중단하는 일까지 생겼다. 또한 중국은 달러 약세 기조 속에서 미 국채 매입규모를 줄이고 있고, 일본은 약달러 방어를 위한 시장개입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유로화 사용 16개국으로 구성된 유로존은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달러화 약세기조에 대해 공식적인 우려를 나타냈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유로그룹 회의를 주재한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에서는 환율 문제를 논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서 "유로존은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데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환시장이 심하게 요동치는 것은 전세계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좋지 않다"라고 밝혔다. 브라질은 약달러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단기성 외화에 금융거래세를 물리기로 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헤알화의 지나친 강세를 막기 위해 20일부터 유입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2%의 금융거래세(IOF)를 IOF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들어 달러화 유입 급증으로 헤알화 가치가 지나치게 평가 절상되면서 수출업체들의 경쟁력을 급속도로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브라질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6~8월 유입된 단기성 달러화가 3억2,200만달러에 달해 이전 3개월의 1억8,600만달러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호주에서는 달러 약세로 인한 현지비용 부담 증가로 영화촬영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호주A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워너브라더스는 오는 2011년 6월 개봉예정인 초대형 영화 '그린랜턴'의 촬영을 더 이상 호주에서 하지 않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워너브라더스는 호주의 협력사 스크린뉴사우스웨일스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호주달러화 가치 급등으로 제작비용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제작비용을 줄이기 위해 촬영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번 결정은 환율 변동 등 세계 경제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워너브라더스는 촬영 시작 당시인 지난해말의 경우 미국달러화 대비 호주달러화가 60센트선에서 머물러 제작에 큰 부담이 없었으나 최근 90센트선으로 급등하면서 제작비가 크게 늘어나 더이상 호주에서의 촬영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으며, 이에 따라 그린랜턴 촬영에 참여하고 있는 호주의 영화업계 종사자 500여명이 실직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 국채 최대 보유국가인 중국은 미 국채보유액 축소로 약달러 기조에 대응하고 있다. 미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7,971억달러로 전월의 8,005억달러에 비해 34억달러 감소했다. 중국이 미 국채 보유를 줄인 것은 지난 4월과 6월에 이어 올 들어 세번째로, 이는 달러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대한 대응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의 한 경제전문가는 "중국이 미 국채 매입을 줄인 것은 최근 수 개월째 세계적으로 달러 약세 현상이 두드러짐에 따라 달러 자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따른 대응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약달러 방어를 위한 시장개입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후지이 히로히사 재무상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를 통해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비정상적으로 무모하게 진행될 경우엔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달러가치 급락세에 위협을 느낀 태국과 필리핀,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가들 역시 약달러 방어를 위해 정부 자금으로 시장에서 미 달러를 대량 사들이는 등 본격적인 시장개입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