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끝내 승부 못가린 ‘명승부’

비록 승부를 가리지는 못했지만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준 명승부였다. 2003 프레지던츠컵이 대회 사상 처음으로 연장전까지 가는 대접전을 벌이고도 국제 연합팀과 미국팀이 끝내 공동우승을 차지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조지의 팬코트리조트골프장 링크스코스(파73ㆍ7,489야드)에서 끝난 대회 최종일 경기. 양팀은 나흘 승점합계 17대17로 동률을 이룬 뒤 대표 1명씩이 겨룬 3개 홀 연장전에서도 비겼다. 이후 일몰로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대회본부가 양팀 합의를 통해 공동우승을 선언했다. 이로써 미국팀은 3승1무1패로 통산 전적에서 우위를 지켰고 `최강 멤버`로 지난 98년 이후 5년만에 통산 두 번째 승리를 노렸던 인터내셔널팀의 야망은 좌절됐다. 이날 경기는 미국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전날까지 승점합계 9.5대12.5로 뒤져 있던 미국팀은 마지막 12번째 매치(데이비스 러브 3세-로버트 앨런비)를 남겨둔 시점까지 7개 매치를 따내 16.5대16.5로 동률을 이룬 데다 러브 3세가 17번홀까지 1홀차 리드를 지켜 18번홀(파5)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러브 3세가 어이없는 어프로치 샷 실수로 이 홀을 앨런비에 내줘 17대17로 비기고 말았다. 극적인 연장전 돌입. 클라이맥스는 이때부터였다. 대회 규정에 따라 연장전 대표 선수 1명씩을 결정해야 했던 양팀 단장이자 왕년의 맞수 잭 니클로스와 게리 플레이어(남아공)는 세계랭킹 1, 3위 타이거 우즈와 어니 엘스(남아공)를 마지막 카드로 뽑아 들었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구름 갤러리는 슈퍼스타의 충돌에 환호를 질렀다. 18번홀(파5)과 1번홀(파4)에서 벌어진 연장 첫번째와 두번째 홀은 잇달아 그린을 놓친 엘스가 침착하게 파 퍼트를 성공시키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모습. 마지막 홀이 된 2번홀(파3)에서는 우즈가 내리막 3.5㎙ 파 퍼팅을 홀에 떨군 뒤 특유의 포효로 2㎙ 퍼팅을 남겨둔 엘스를 압박했지만 엘스도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이들의 피 말리는 싸움은 결국 일몰 때문에 승패를 가리지 못했지만 세계 골프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편 이날 최경주(33ㆍ슈페리어ㆍ테일러메이드)는 97년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저스틴 레너드와의 싱글 매치에서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친 끝에 4&2(2홀 남기고 4홀 앞섬)로 승리했다. 전날 포볼 매치에 이어 2연승을 거둔 최경주는 첫 출전한 이 대회에서 2승3패를 기록하며 국제 연합팀의 공동우승에 일조했다. <조지(남아공)=박민영기자 m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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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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