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글로벌 뱅크를 향하여] <2> 공격이 최고의 전략

"제살깎기 그만… IB사업등 블루오션 개척을"


[글로벌 뱅크를 향하여] 공격이 최고의 전략 "제살깎기 그만… IB사업등 블루오션 개척을" 조영훈차장(팀장)ㆍ이병관ㆍ우승호기자 dubbcho@sed.co.kr 관련기사 • 국내은행 IB사업 전략 지난 2004년 8월 국내 은행의 국제금융부 직원이 한 공기업과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수억원의 불법 이득을 취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이 사건은 국내 은행산업이 파생상품 등 투자금융(IB) 부문에서 낙후돼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그는 통화스와프(CRS)와 금리스와프(IRS)가 혼합된 10억달러 규모의 파생상품을 거래했다. 하지만 그는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았다. 검찰 수사 결과 은행은 금융브로커 회사 2곳을 끼고 중간에서 매개체 역할을 했을 뿐 그 이면에는 나날이 급성장하는 국내 장외파생상품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도이체방크가 숨어 있었다. 국내 금융산업이 투자상품 위주로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이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올 들어서만 은행에서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20조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간 것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해외시장도 마찬가지다. 고수익ㆍ고위험 투자자산으로 돈이 몰리자 전세계 금융자산 중 예금의 비중은 80년 42%에서 2005년에는 27%로 줄어들었다. 씨티그룹 등 글로벌 은행들은 이런 흐름을 간파하고 스미스바니 등 세계 유수의 증권사를 잇달아 먹어치우며 힘을 키워왔다. 국내 은행도 하루 속히 IB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막대한 자본력과 기업금융(RM)에서 쌓은 탄탄한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한다면 자본시장에서도 강자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IB는 블루오션=은행이 고금리 예금 수신 등 ‘제 살 깍아먹기’식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기업공개(IPO)ㆍ인수합병(M&A) 등 IB사업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IB가 은행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B사업의 핵심은 자금력과 네트워크ㆍ전문인력 등 세 가지”라고 말했다. 은행은 자금력과 네트워크 측면에서는 국내 증권사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수십년간 기업대출ㆍ외환관리ㆍ재무상담 등을 통해 쌓은 고객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증권 자회사 등을 통해 주식ㆍ채권 인수 등 각종 IB 관련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홍대희 우리은행 IB본부 부행장은 “기업대출 등 간접금융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요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IB사업으로 연결하면 이자수익보다 수십배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은행은 이런 연계 영업 등을 강화해 IB 수익을 지난해 3,000억원 수준에서 올해는 6,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IB사업의 노른자인 IPO와 M&A 등의 경우 공신력과 자금 동원력이 필수적이다. 은행들이 해외채권 발행 등 국내외에서 신뢰를 충분히 쌓은 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된다. ◇투자 역량을 키워야=IB사업은 자금력ㆍ노하우와 함께 투자 마인드를 가진 전문가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장하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국내에 진정한 IB전문가는 10명도 안된다”고 단언했다. 전문가도 부족하지만 전문가를 키울 수 있는 여건도 취약하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30년간 은행에만 근무했던 퇴직 임원을 증권 자회사 사장으로 내려보내는 풍토 속에서는 제대로 된 IB 역량을 키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IPO 업무의 경우 수천억원의 자기자본 투자는 물론 외부의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하는데 보수적인 마인드로는 이런 일을 추진하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롯데쇼핑의 런던증시 상장 때는 노무라증권과 골드만삭스가 주간사로 참여하는 등 굵직한 IB업무는 외국계의 독무대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서브프라임 사태로 3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지만 이는 그만큼 보다 많은 수익을 위해 과감하게 자기자본투자(PI)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까지 미국 투자은행은 주로 M&A와 인수업무에 주력해왔지만 시장경쟁 심화(수수료 인하)로 투자업무를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틈새ㆍ특화 전략 구사해야=국내 은행이 지금 당장 국제 M&AㆍIPO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는 힘들다. 따라서 자신만의 틈새시장을 개척해 차근차근 IB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미국계 투자은행은 백년 넘게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글로벌 강자의 위치를 다졌다”면서 “IB업력이 일천한 국내 은행은 자신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부터 차근차근 도전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드만삭스는 M&A, 스미스바니는 채권매매, 메릴린치는 자산관리에 강점을 보이는 것처럼 국내 은행도 자신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외연을 확장해나가는 전략을 채택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호주의 맥쿼리은행은 후발주자였지만 96년 사회간접자본(SOC) 등 인프라 펀드를 시장에 선보이면서 국제 IB시장에서 강자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의 경우 먼저 중국 등 신흥 아시아국 중소기업에 대해 밀착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관련 기업의 IPO 등 IB 노하우를 쌓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입력시간 : 2007/08/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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