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ㆍ28대책 발표 이후 주택 매매시장은 완연한 회복세지만 정작 전셋값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건품귀 현상과 이사철이 맞물리면서 지난 8월부터 시작된 높은 전셋값 오름세가 9월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 매매거래가 활기를 띠면 그만큼 전세수요가 분산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던 당초 기대와는 다른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월세 대책이 '별무소용'이 된 상황을 두고 이미 시작된 임대차시장의 구조적 변화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정부가 전월세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8ㆍ28대책 이후 전셋값 상승폭은 오히려 더 확대되고 있다. 8월 첫째 주 0.1%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이후에도 오름세를 지속하다 마지막 주에는 두 배가 넘는 0.22%까지 치솟았다. 대책의 직접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9월 들어서도 이 같은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
월간 변동률을 놓고 봐도 9월 전셋값은 전달 대비 0.91% 올랐다. 1.13% 뛰었던 8월보다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0.3% 수준이던 나머지 달들에 비해서는 세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9월에 추석연휴가 끼어 있는데다 새 학기가 시작돼 학군수요도 주춤해진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8월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수급 불균형에서 찾고 있다. 최근 주택경기 침체로 주택 공급량이 줄면서 양질의 전세매물이 감소했다는 것.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집주인들이 너도나도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순수 전세물건 품귀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에 따른 거래회복이 아직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외곽지역에 국한돼 있다 보니 전셋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강남권이 안정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오르는 전셋값을 누르는 규제책보다는 이 같은 구조적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수요를 월세와 구매로 적절히 분산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임대차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전셋값을 뒤늦게 잡으려는 규제책보다는 구매수요를 진작하고 월세 가구의 주거비를 경감하는 방안을 확대하는 것이 전세시장의 안정을 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