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에 시행된 국민연금이 40여년의 세월이 흘러 제도 성숙기에 접어들더라도 지금 상태로 유지되면 광범위한 사각지대로 말미암아 노후소득보장 장치로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다.
김원섭 고려대 교수(사회학과)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초연금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형식적으로나마 세계은행이 권고하는 다층노후보장체계의 기본 틀은 갖췄다. 사회보험방식의 국민연금이 1988년에, 자발적 개인연금이 1994년에, 그리고 준 공적연금 성격의 퇴직연금이 2005년에 각각 도입돼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 등으로 이들 노후보장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내실이 없다. 그 원인으로 김 교수는 이들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탓에 국민적 인식이 부족한 점을 꼽았다.
특히 소득파악이 어려운 국내 현실에서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가 국민연금에 가입하고도 보험료를 내지 않아 실질적으로 공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것과 같은 상황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소득활동인구는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국민연금 가입률은 48.6%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미국(88.2%), 독일(70.1%), 영국(90.0%), 캐나다(78.3%) 등 다른 선진국에 견줘 턱없이 낮은 비율이다. 구체적으로 2011년 12월 현재 국민연금 총가입자는 1,982만명이다. 그러나 이중에서 실제로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는 1,440만6천명이며, 나머지 49만명은 납부 예외 상태이고, 51만7,000명은 미납 상태이다.
이처럼 국민연금 실제 가입률이 떨어지다 보니, 2012년 말 현재 65세 이상 전체 노인 중에서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약 31%에 그쳤다. 평균적으로 받는 연금수급 금액도 30만원(2012년 국민연금 가입자 전체 평균소득의 약 16%) 수준으로, 제대로 된 노후보장을 못 하고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시간이 흘러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점. 올해 국민연금 재정 건전성을 점검한 추계결과를 보면 2030년께도 전체 노인의 40%만 국민연금을 수급할 수 있고, 2050년에도 전체 노인의 68% 정도만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나왔다.
국민연금제도가 상당히 성숙하고 나서도 여전히 대규모 연금수급 사각지대가 존재해 실질적 노후 안전망 구실을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비록 국민연금을 받더라도 수급금액(소득대체율)이 2020~2050년 사이에 가입자 평생소득의 겨우 20~25%에 머물 것으로 보여 국민연금 수급자 대부분이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빈곤탈출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김 교수는 내다봤다.
김 교수는 따라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수준의 노인빈곤을 해결하려면 대다수 국민연금 수급자의 연금급여 수준을 상향 조정하면서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연금급여액을 감액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