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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대상, 숭실대 학생회관

땅 속에 숨어 있는 듯… 시선은 축구장 향해

주변의 건물과 조화를 이루며 광장 밑에 숨은 듯 놓여 있는 숭실대 학생회관 내부와 외부 어디에서건 축구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자연 채광 덕분에 언제나 환한 학생회관 내 식당에서 학생들이 책을 보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강인철 가아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숭실대 학생회관은 넉넉한 외부공간을 제공한다. 지상에서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옥상 스탠드에서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설계자와 건축주는 자연채광과 환기를 위해 학생회관 건물과 벽 사이에 공간을 두었다.

학생들의 드나듦이 많은 숭실대학교 중문으로 들어서면 저만치 정면으로 학생회관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먼 발치서 보이는 첫인상은 '회관'(會館)으로 불리기엔 왠지 미흡하다. 그저 1~2층 규모로 식당과 카페 정도가 있는, 아담한 학생 쉼터 정도의 인상이다.

몇 걸음을 더 옮겨 건물과 마주하게 되면 반전이 일어난다.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처럼 극히 일부일 뿐, 학생회관의 대부분은 땅 아래 잠기듯이 놓여 있다.


캠퍼스의 광장에서 학생회관은 위치는 4층이다. 정면에서 봤을 때 '┛'모양의 건물 세로는 지상 1층~5층. 가로는 지하1층, 지상1~3층이다. 건물의 대부분이 캠퍼스 아래에 놓여 있는 셈이다.

학생회관 안으로 들어서 이동을 시작한다. 편의점부터 미용실, 여행사까지 학생편의 시설이 모여있는 4층을 지나 3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층간 이동은 학생 대부분이 계단보다는 완만한 경사를 이용한다. 경사는 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동시에 이동을 자유롭게 한다. 3층에 마련된 넓직한 학생식당. 아직 점심식사를 하기엔 이른 오전 11시지만 제법 많은 학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때이른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테블릿PC로 뭔가 작업을 하거나, 채광이 좋아 언제나 환한 학생식당은 하루 종일 이렇게 다용도 공간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2층으로 내려간다. 공간 활용도를 높인 전시실을 지나 학생회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동아리방들이 모여 있는 복도로 들어섰다. 동아리 면면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 음악이나 체육, 여행과 토론 등이다. 그런데 동아리 방은 다르다. 반투명 유리를 통해 복도에서 훤히 들여다 보이는 동아리방. 중국음식을 시켜 먹는 모습과 누워 자는 모습, 기타를 치는 모습이 모두 공개된다. 신준하 숭실대 캠퍼스종합개발팀장은 "각종 사고를 막고 보다 쾌적한 동아리방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학교가 요청해 설계된 것"이라며 "새로운 시도에 학생들도 적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회관 가로 건물의 지상1층부터 3층까지는 모두 이런 구조의 동아리방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밖으로 나와 중앙 계단을 이용해 지상으로 향했다. 직선으로 뻗은 계단은 몇 번의 걸음만으로 출발점이었던 4층까지 인도한다. 그리고 다시 경사를 이용해 5층과 옥상으로 이동했다. 학생회관의 가장 상층부인 곳. 정면의 시원한 시야와 나무재질의 마감재는 한 여름 칵테일 파티가 열리는 휴양지의 수영장과 닮았다.

짧은 학생회관 체험이 끝날 무렵, 숭실대 학생회관 어느 곳에서건 시선은 축구장을 향하게 됨을 깨닫는다. 식당과 동아리방, 외부의 데크는 모두 축구를 관람할 수 있는 스탠드 혹은 스카이 박스다. 숭실대의 축구 사랑이 학생회관의 디자인에까지 영향을 미쳤음에 틀림없다. 보답이라도 한 걸까. 숭실대 축구부는 지난 8월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설계자, 강인철 가아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캠퍼스 밀도 고려해 우뚝 올려 짓지 않았죠

"이제 건축 설계는 과거처럼 한 개인의 영역을 벗어나 협동 작업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 된 듯 합니다. 이번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이 감리 과정에서 특히 고생이 많았던 송봉기 실장님을 비롯해 가아건축 직원 모두의 즐거움이기를 바랍니다."


숭실대학교 학생회관 설계자인 강인철 가아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수상의 공을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게 돌리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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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학생회관은 지난해 서울시건축대상에 이어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까지 2년 연속 대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강 대표는 "기존의 축구장은 그대로 살리면서 규모가 큰 학생회관이 필요했던 건축주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아울러 주변에 있는 건축물과 대립하지 않고 어울리면서 나름의 기능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어 낸 점을 심사위원들이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숭실대 학생회관의 첫 인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땅 속에 숨어 있는 듯한 느낌이 바로 설계자의 의도였다는 애기다. "건물을 위로 올려 돋보이게 지을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설계했을 때 캠퍼스의 밀도가 너무 높아질 우려가 있었습니다. 캠퍼스 전체 모습을 고려했을 때 학생회관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숭실대 학생회관의 각 층은 계단과 편하게 이어지는 경사로 연결된다. 이는 가아건축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인사동 '쌈지길'과도 유사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달랐다는 설명. 강 대표는 "쌈지길의 경우 의도된 경사였지만 학생회관의 경우 용도에 맞게 천정 높이가 달라야 하는 수십 개의 방들을 배치하면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경사를 이동 통로로 활용해야 했기 때문에 까다로운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조리사가 자신의 요리를 고객이 맛있게 먹을 때 보람을 느끼듯, 설계자는 자신의 만들어낸 공간이 의도대로 활용될 때 만족감을 얻는다. "학생회관 식당을 예로 들면 설계 때부터 밥만 먹는 곳이 아닌 학습과 휴식 모두를 겸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구상했죠. 준공 후 학생식당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면서 반가웠습니다. 설계자 입장에서 아직 활용도가 다소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옥상 등 다른 공간들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 빈 곳이 채워져 나가는 모습을 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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