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거장들이라고 늘 인생, 인권 같은 거창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진정한 삶의 철학들은 ‘걸작’이라 불리는 큰 영화들 보다는 작은 작품들에 담기는 경우가 많다. 삶에 대한 소소한 행복, 사람들간에 전해지는 따뜻한 정, 인간관계의 중요함 등. 그래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거장들이 ‘여유롭게’ 스크린에 펼치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나는 것은 관객들에게도 행복한 경험이다. 거장들 마음속 깊이 담긴 진정한 철학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에르마노 올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켄 로치 세 사람이 뭉쳐 만든 옴니버스 영화 ‘티켓’도 이렇게 거장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삶의 여유와 관조, 세상에 대한 철학이 듬뿍 담긴 영화다. 세 사람은 모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세계 영화계가 인정한 거장. 에르마노 올미는 ‘나막신’으로 1977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체리향기’로 1997년, 켄로치는 ‘보리밭은 흔드는 바람’으로 올해 각각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영화는 로마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는다. 세 감독은 ‘기차’, ‘여행’이라는 키워드만을 공유한 채 각자 자신만의 스타일로 인생과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에르마노 올미가 연출한 첫번째 에피소드는 한 노신사의 수줍은 사랑이야기. 여행 중 만난 한 여인에게 충동적 사랑을 느낀 노신사가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연애편지를 쓰는 수줍은 과정을 묘사한다. 여행만이 주는 뜻하지 않는 욕망과 로맨스를 감성적으로 담아냈다. 이탈리아 후기 네오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올미 감독의 섬세함이 잘 담겨진 이야기.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자기 주장만 내세우고 누구와도 타엽할 줄 모르는 한 노부인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통해 관계의 부재와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켄 로치가 연출한 세번째 이야기는 에피소드 중 가장 역동적이다. 챔피언스 리그 축구경기를 보기위해 로마로 떠나는 스코틀랜드 소년 세명의 이야기. 대책없이 좌충우돌하는 열혈청춘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소년들이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알바니아 난민들에게 기차표를 도난당하는 과정을 그린다. 켄 로치 특유의 유머를 짜릿하고 기분좋은 감동에 버무렸다. 켄 로치답게 세상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