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中기업, 글로벌 브랜드 사냥

과거 외국 유명 브랜드의 하청 업체로 일해오던 중국 업체들이 최근 해외 유명 브랜드 사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중국 기업들이 수익 증대를 위해 생산단가를 낮추는 대신 높은 인지도를 가진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 소비자들에게 고가로 직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이를 위해 중국 기업들은 브랜드 사용의 독점권을 갖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것은 물론 일부 기업들은 아예 외국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러한 사례 중 하나가 홍콩의 테크트로닉 인더스트리. 이 회사는 올해 미국 로열 어플라이언스 매뉴팩처링의 인기 높은 진공 청소기 브랜드 `더트 데빌`을 인수한데 이어 일본 료비 브랜드의 일본 외 해외 사용권을 취득했다. 테크트로닉은 또 미국의 홈라이트와 영국의 백스 브랜드도 사들였다. 소니, 파이오니어, JVC 등 해외 유명 가전업체의 하청업을 주로 맡아왔던 홍콩의 그란데 홀딩스 역시 나카미치, 아카이, 산스이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일본 가전 브랜드 세 개를 인수했다. 홍콩의 몰린 인터내셔널도 베네통, 레블론, 시슬리 등 경영 악화에 처한 세 개의 유럽 브랜드를 인수했다. 신문은 이러한 중국 제조업체들의 브랜드 구매로 인해 과거 수십년 동안 형성됐던 서양과 아시아의 공급 체인에 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과거에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하청을 받아 제품을 일방적으로 공급하던 아시아가 이제는 제품 공급의 주체로 변하고 있는 것. 물론 아직은 이러한 사례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조건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이는 또 향후 중국 산업 발달의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이 같은 중국 업체들의 해외 브랜드 인수는 중소 규모의 서구 브랜드들이 최근 아시아의 저가 상품들에 밀려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가격 거품을 없앤 자국내 `노 브랜드` 제품들과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들 중소 업체는 월마트와 같은 메이저 유통업체들로부터 가격 할인압력, 빠른 배송, 재고 관리 요구에 시달리면서 결국 중국 등에 팔려가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 여기에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인해 마진폭이 크게 줄어든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브랜드 인수에 관심이 높아진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실제로 그란데 홀딩스의 경우 일본 가전업체의 하청업을 통한 마진은 3~4%에 지나지 않았지만 자체 브랜드 생산을 시작하면서 마진폭이 8~10%로 뛰었다. 신문은 중국의 이러한 브랜드 인수를 통해 더 많은 달러가 중국산 글로벌 브랜드 상품에 지불되고 결국 중국으로 더 많은 달러가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관련기사



윤혜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