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병·의원 야간진료 급증

병·의원 야간진료 급증 분열후 경영난 개선위해 앞다퉈 진료시간 연장 서울과 수도권 등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낮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직장인과 학생들을 위해 오후 8~9시까지 진료시간을 연장하는 병ㆍ의원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야간진료는 대부분 중견병원의 경우 응급실 외 일부 과목을, 의원급은 산부인과ㆍ정형외과 등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응급실이나 일부과목 뿐만 아니라 장기치료 환자가 많이 찾는 외과ㆍ치과ㆍ안과ㆍ한의원, 낮에 환자가 혼자 병원을 갈 수 없는 소아과 등에서도 속속 야간진료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개인 병ㆍ의원들이 과거와 달리 야간진료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국내경기 침체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의약분업으로 약가 마진이 사라져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불안감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소아과를 운영하는 A원장(서울 양천구 목동)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가 감기에 걸리더라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면서 "오후 8시까지 진료를 연장하자 낮 시간은 환자의 혼잡을 피할 수 있고, 퇴근이 늦은 맞벌이 부부들에게 좋은 인상을 줘 기대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K원장은 지난 1월말까지는 오후 5시까지 진료했다. 야간진료에 적극 나서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서울의 경우 강남구ㆍ노원구ㆍ양천구, 수도권은 인천 부평구ㆍ일산ㆍ평촌 등 아파트나 오피스텔 밀집 지역이다. 이들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한의원을 포함, 적게는 10여 곳, 많게는 20여 곳이 오후 8~9시까지 연장진료에 나서고 있다. 아파트 밀집지역은 아니지만 지하철 교대역이나 신도림역ㆍ당산역 등 유동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곳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되자 현재 오후 5시까지 진료하고 있는 병ㆍ의원들도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안과를 운영하는 B원장은 "다른 병ㆍ의원들이 진료를 연장하면 우리도 가만있을 수 없지 않느냐"는 말로 진료시간 연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 C박사는 "지난 1월부터 야간 진료제를 도입한 후 20~30대 직장 여성들이 많이 찾고 있다"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미용치료 분야가 많아 병원경영난 개선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3개월째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김정식(서초구 방배동ㆍ남)씨는 "진료시간 연장은 고객 편의보다 의료기관 자구책의 일환이겠지만 환자들의 입장에서도 이점이 많다"면서 "무엇보다 직장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퇴근길에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치료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만성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조모(38ㆍ여)씨도 "낮 시간에 비해 의사와 충분하게 상담할 수 있어 좋다"면서 "특히 미용치료의 성격상 남들 모르게 치료를 받는 것은 무엇보다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곱지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의료계 스스로 무리한 경쟁을 불러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결국 의료사고의 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료시간 연장은 '분위기'가 아니라 이미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지하철 교대역 부근에서 개원하고 있는 D한의원 원장은 "처음에는 간호사 등 직원들도 야간진료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환자들의 반응이 좋고 병원수익도 기대이상으로 많아 이제는 모두 동참하고 있다"면서 "야간진료 대열에 나서는 병ㆍ의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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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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