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정치권이 노동계의 편만 들면 기업인들은 파업에 나설 것”이라는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경고는 정치권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불만이 얼마나 팽배해 있는가를 보여준다.
개방화ㆍ국제화로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데 정치권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법안을 만들고 노동계의 편만 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기업인의 파업은 길거리에서 하는 게 아니라 조용히 사업을 접고 중국ㆍ인도 등 해외로 떠나는 것이며 앞으로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기업을 하지 않는 것이 파업인 셈이다.
이 회장의 경고는 사실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이미 해외로 빠져나가 사실상의 파업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대기업ㆍ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해외 탈출로 청년실업을 비롯한 고용불안과 성장동력 둔화는 이제 회복하기 어려운 과제가 되어 있다. 이런 지경에 이르면 기업의 의욕을 북돋워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도 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과거 개발연대와 독재정권 시대에 뿌리 깊게 박힌 ‘기업=정경유착’의 인식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기업(인)을 도와주기보다는 불신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기업들의 체감규제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기업의 활력을 북돋는 법안을 만들기보다 옥죄는 데 열심이다. 기업을 닦달해야 도덕성을 인정받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는 양 착각한다. 이 회장의 말대로 노조는 이제 근로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경제조합이 아닌 정치조합으로 변질돼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업이 나라 밖으로 나갈수록 우리 경제의 미래는 어둡다. 정치권과 노동계는 경총 회장의 경고를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 기업의 해외 탈출은 산업공동화를 야기해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기업이 없으면 노조도 없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치도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