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CEO in 마켓] 박은현 세미콘라이트 대표

"LED 플립칩 급성장… 생산 2배로 늘릴 것"

충격에 강하고 얇게 제작 가능한 칩

변형쉽고 작게 만들 수 있어… TV·차 등 활용범위 무궁무진

공모자금 절반 이상 설비투자… 中업체 등 공급처도 다양화



"기존 수평형 방식의 발광다이오드(LED) 칩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한 데 비해 품질은 높이면서도 가격은 낮춘 플립칩은 '블루오션'이 되고 있습니다. 플립칩이야말로 침체에 빠진 한국 LED 산업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오는 25일 코스닥 상장을 앞둔 세미콘라이트의 박은현(44·사진) 대표는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개화하기 시작한 LED 플립칩 시장이 올 들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플립칩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지난 199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 석사과정 때부터 지금까지 20년간 LED 연구개발 한 우물만 파온 LED 전문가다. 그가 2009년 세미콘라이트 대표로 취임한 직후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바로 플립칩이다. 플립칩은 기존 수평형 칩에 비해 열이나 물리적 충격에 강하고 얇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 같은 크기의 칩 면적에 더 많은 전류를 담아 더 밝은 LED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칩 크기를 줄여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 제품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박 대표는 플립칩이 향후 LED 시장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판단하고 2009년부터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돌입, 2013년 독자 기술에 성공했고 전 세계에서 100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LED 칩으로 백라이트유닛(BLU)을 만들어 TV 생산업체 등에 공급하는 패키지 업체들이 신규 설비투자를 꺼리며 기존 수평형 칩을 고집해온 탓에 플립칩 시장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3년 말 세계 1위 TV 업체인 삼성전자(005930)가 LED TV에 플립칩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박 대표는 "플립칩을 처음 개발할 당시만 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걱정도 많았지만 분명 플립칩 세상이 올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연구개발에 매진해왔다"며 "2014년 갑자기 플립칩 시장이 개화하면서 우리는 오랫동안 플립칩 개발과 생산을 준비해온 덕분에 빠르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2년 세미콘라이트 전체 제품 매출의 100%를 차지하던 수평형 칩은 지난해 7%로 줄어든 반면 플립칩은 2013년 8%에서 지난해 92%로 급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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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세미콘라이트가 개발한 플립칩은 경쟁사들과는 달리 은(Ag)이 아닌 옥사이드계 반사층을 사용한 일명 '실버프리(Ag-Free)' 제품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실버프리는 기존 은의 한계인 변색 등 신뢰성 문제를 해결한데다 반사율도 은(93%)보다 더 높은 98% 수준을 확보했다. 박 대표는 실버프리 특허를 앞세워 해외 기업들과 협력해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아직 플립칩을 채용한 TV를 만드는 곳이 삼성전자 한 곳뿐이라 시장 규모는 1,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경쟁 업체들도 플립칩을 새로 적용하고 삼성 역시 채택 비중을 늘릴 예정이어서 폭발적인 성장세가 전망된다. 플립칩은 변형이 쉽고 작게 만들 수 있어 TV와 조명 외에도 자동차 헤드램프와 휴대폰 카메라, 내시경 등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이처럼 플립칩 시장이 확대되면서 박 대표는 공급처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그는 "하반기 삼성 외에 다른 경쟁사들도 플립칩을 적용한 TV를 내놓을 것"이라며 "이에 맞춰 기존 루멘스(038060)와 삼성전자 등에 국한돼 있던 공급처를 LG전자(066570)와 중국 업체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장확대에 발맞춰 설비투자도 대폭 늘리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해 100억원에 이어 올해도 이미 50억원을 설비투자에 투입했다"며 "자체 생산시설 확충과 해외 아웃소싱 등을 합치면 올해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2배나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공모자금 가운데 절반이 훨씬 넘는 80억~90억원을 설비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갈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자외선(UV) LED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각종 바이러스 균에 280㎚ 이하 파장의 자외선을 쪼여주면 물이나 공기 정화는 물론 피부질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며 "지금까지의 LED가 인류의 삶을 밝혀왔다면 UV LED는 인류의 삶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미콘라이트는 9~10일 수요예측을 통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 뒤 16~17일 공모청약을 거쳐 25일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 공모 예정가는 1만1,300~1만3,700원이며 총 모집금액은 118억~143억원 규모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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