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경제민주화 방안 중 핵심으로 거론되는 재벌개혁 정책을 이미 발표한 상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달리 일찌감치 기업집단법 제정을 검토했던 두 후보 측은 최종 공약 발표 단계에서 이를 제외했다.
상법이나 공정거래법 등과 충돌해 법체계에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박 후보가 제시할 예정인 집중투표제 의무화나 이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은 문 후보와 안 후보도 의지를 강하게 밝혀 세 사람 중 누가 청와대 주인이 되든 시행될 것이 확실시된다.
기업집단법은 당초 안 후보가 그의 저서에서 "현행법에서는 재벌체제에 대한 규정이 없고 주주중심의 개별회사만 존재해 재벌그룹은 초법적 존재"라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안 후보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재벌개혁 정책을 발표하면서 "기업집단법 제정을 검토했지만 다른 법률과 충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민주당도 안 후보와의 정책 연대를 위해 기업집단법 제정을 적극 검토하며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연구용역을 의뢰하며 토론회도 벌였지만 법체계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했다. 연구를 수행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기업집단법이라는 신규 법 제정보다는 현행 상법이나 공정거래법, 금융 관련법 등에 '기업집단법'의 핵심 원리를 삽입하는 형태의 '개정안'을 마련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문 후보도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기업집단법 제정은 공약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와 달리 두 후보는 지주회사 요건도 강화해 지주사 부채비율을 현행 200%에서 100%로 강화하고 보유해야 할 자회사 최저 지분율도 10%포인트씩 확대하기로 했다. 안 후보는 재벌의 순환출자는 박 후보처럼 신규만 금지하고 기존 출자분은 상황을 보고 규제하기로 했으며 문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에 3년가량 유예기간을 두더라도 순환출자 금지를 전면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출자총액제를 10대 그룹에 한해 부활시킬 계획이지만 안 후보는 공약에 포함하지 않았다.
박 후보가 총수의 독단적 경영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안 후보도 적극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문 후보도 공약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 의원들 역시 이미 관련 법 개정 의사를 내비쳐 향후 시행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주주대표소송제 도입, 재벌의 변칙상속ㆍ증여와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과세 강화 및 부당이득의 적극적 환수는 문∙안 두 후보 모두 공약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 일정 금액 이상 기업인의 횡령 및 배임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해 집행유예를 받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