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학생을 위한 CEO 특강] 이동형 싸이월드 창업자

"경험이 창업 성공 조건… 기득권 버리고 유연한 자세 가져라"<br>창업은 훌륭한 도전이지만 헤엄치는 법 알고 나서길<br>참신한 아이디어 못지 않게 협동심·포용력 함께 길러야

이동형 싸이월드 공동창업자가 21일 대구 경북대에서 열린 대학생을 위한 CEO 특강에서'퍼즐을 맞추는 창업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대구=이호재기자

"일상이 반복되는 대기업을 다니다 막상 창업을 결심했을 때는 버스를 타다가 자가용을 모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자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왔으니까요. 하지만 막상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발 밑에는 도로가 아니라 망망대해가 있었습니다. 버스라고 생각했던 직장이 실은 배였던 것이죠. 걸을 줄만 알고 헤엄칠 줄을 몰랐으니 계속 허우적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는 21일 경북대에서 열린 '대학생을 위한 CEO 특강'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최소한 '헤엄치는 법'은 알고 창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대학을 중퇴하고 사업을 일군 것을 보며 창업을 쉽게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됐기 때문에 대학 교육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했다. 미래에 유전공학이 유망하다는 주위의 조언 때문이었다. 하지만 졸업 후 진로를 정하지 못해 고향인 경북 영주로 내려갔다. 취업을 하면 평범한 삶을 보장 받을 수 있었지만 다시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서였다. 1년 동안 부모님 일을 도우면서 백수로 지내다 보니 사람은 혼자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달았다. 그는 "싸이월드의 기본적인 소재는 그때의 경험에서 나왔다"며 "사람들이 왜 학교를 세우고 회사를 만들어 소속감과 유대감을 갈구하는지를 그때 발견했다"고 말했다.

◇누가 고객인지 파악하라=집에서 쉬던 이 대표는 이후 친구의 소개로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인 LG CNS에 입사했다. 공대 출신이었지만 컴퓨터를 제대로 만져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대학 때도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으면 종이에 써서 과제를 제출할 정도로 컴퓨터를 싫어했다"며 "하지만 직장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접해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후 컴퓨터를 더 배우고자 KAIST에 진학했고 동기들과 의기투합해 '사이 좋은 사람들'을 모토로 싸이월드를 창업했다. 하지만 사업은 혼란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그는 "인터넷 기반의 인맥 서비스를 표방하며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당시 프리챌ㆍ아이러브스쿨 등 쟁쟁한 서비스가 이미 있어 시련의 연속이었다"며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해보자는 심정으로 내놓은 것이 '미니홈피' 서비스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니홈피의 성공 비결은 고객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의 홍대ㆍ신촌ㆍ대학로 등을 돌아다녔더니 자기 표현을 중시하는 20대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며 "20대 여성이 미니홈피를 일기장처럼 활용하면서 싸이월드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소개했다.

◇창업은 퍼즐 조각을 맞추는 과정=이 대표는 이날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누구나 전체적인 그림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완성하려면 조각을 구하러 다녀야 한다"며 "성공적인 창업은 필요한 조각을 찾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림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조각은 학교나 여행ㆍ직장 등 다양한 곳에서 얻을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학창 시절에 가장 중요한 일은 필요한 조각을 많이 모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싸이월드라는 인터넷 서비스 안에도 개발에 참여한 직원들 각각의 조각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창업은 이미 그 자체로 훌륭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가 창업을 해봤다는 것"이라며 "자기 사업을 한다는 건 위험하지만 그만큼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직장생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개인사업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성과가 더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경쟁 못지않게 협동이 중요하다=이 대표는 싸이월드가 성공한 배경에는 참신한 아이디어 외에 구성원들의 협동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공을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경쟁력 못지 않게 협동심도 중요하다"며 "싸이월드는 미니홈피를 개발하면서 디자인과 배경음악 등을 외부 업체에 맡겨 개발기간을 줄이고 서비스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창업 이후의 기업 운영에서도 협동과 포용의 원칙이 근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단점이 아닌 장점만을 골라 내야 한다"며 "조직 관리에서도 사람의 장점만을 봐야 팀원이 최고가 되고 조직 전체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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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젊은이들이 창업에 많이 도전할수록 한국 사회의 다양성이 풍부해진다고 조언했다. "얼마 전 미국 실리콘밸리를 다녀왔는데 70%가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어서 놀랐다"며 "기득권이 없고 늘 보이지 않는 긴장이 존재해야 모든 걸 걸고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득권을 중시하면 아무리 천재가 있더라도 혁신을 이룰 수 없다"며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보다 유연한 자세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이동형 대표는

▦1965년 경북 영주

▦1991년 경북대 유전공학과 학사

▦1998년 KAIST 경영대학원 경영공학과 수료

▦1999년 싸이월드 공동창업

▦2003년 싸이월드 대표

▦2005년 SK컴즈 싸이월드 본부장

▦2008년 SK컴즈 일본싸이월드 대표

▦2008년~현재 나우프로필 대표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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