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고은 시인, "상화, 당신 없었다면 난 죽었을 것이오"

신작시집 두 권 출간<br>아내 이상화씨 이야기 담아

'나는 태아였다. 상화라는 자궁 속의 태아였다. 아내는 내 시의 분화를 조절하는 분화구였다.(연시집 '상화 시편:행성의 사랑' 서문 중)' 흰색 중절모를 쓴 우리 시대의 거장 고은(77) 시인은 사랑 이야기를 할 때만은 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자신의 문학인생 최초로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연시집(戀詩集) '상화 시집:행성의 사랑'과 신작 시집 '내 변방은 어디 갔나'를 함께 펴낸 그는 6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내에 대한 애정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상화 시집:행성의 사랑'은 사랑 이야기를 담은 시집이자 지난 1983년 결혼한 후 시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부인 이상화에게 바치는 노래다. 5월5일 아내 이상화씨가 시인에게 써준 편지도 들어 있다. 시인은 1958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연시집을 펴낸 이유에 대해 "한 인간이 한 인간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감동을 억제할 수 없어 이렇게 시를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두환 보안사령관 등 신군부의 쿠데타와 광주학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등으로 시국이 혼란스러웠던) 1980년대에도 사랑의 시를 쓰려 했지만 아내가 만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묵인했다"며 웃었다. 시인은 "아내와 30년 가까이 산 짧지 않은 일상의 사소한 시간들의 도래 자체가 감동이었다"며 "상화가 없었으면 나는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시집의 표지는 그가 3년 전 아내의 생일에 직접 그려준 그림으로 꾸몄는데 '형상화되기 어려운 꽃밭'이라고 설명했다. 노시인은 고백했다. "난 무갈등이론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무갈등체제다. 증오가 있어야 사랑이 있고 또 그런 게 있어야 다음 단계가 진해진다는 게 일반론이지만 보면 볼수록 (아내가) 좋은데 어떡합니까." '내 변방은 어디 갔나'는 '허공'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으로 지난해 4월 '만인보' 완간 이후 새로 쓴 작품 114편을 담아 시인의 왕성한 창작 에너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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