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청와대, 정부는 이날 청와대 서별관에서 협의회를 열고 애초 논의하려던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과 주민세·담뱃세 등 지방세 확충 방안은 안건에도 올리지 못했다.
특히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누적 적자가 9조8,000억원에 달하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하기 위해 9월 중 공청회를 계획하고 있으나 이날 공적연금 개편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못해 스스로 체면을 구겼다는 평이 나온다. 안전행정부도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라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준비해 왔으나 새누리당과의 이견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정청이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 등을 비롯한 공직사회의 반발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행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는다.
무엇보다 지방재정이 빈사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안행부가 준비해 온 주민세 인상과 레저세 부과 대상 확대, 담뱃세 개편, 지방세 감면 시효 종료 확정 등이 핵심인 지방세 확충 방안 역시 이날 의제에 올라가지 못했다. 이는 ‘증세’에 대한 여론의 거부감을 의식한 새누리당의 일부 이의 제기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주석 안전행정부 지방재정세제실장은 “오늘 회의에서 부처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방세제 개편안은 안건 자체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지방세 관련 3개 법 개정안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거의 전 부처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라며 “관련 부처들이 지방세 개편방안에 이견이 많아 부처 간 협의를 심도 있게 진행한 후 다음에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초 안행부는 이날 당정청 협의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21일쯤 지방세기본법·지방세법·지방세특례제한법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려고 했으나 무산돼 지방세수 확보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로 일몰(적용시한 종료)이 도래하는 지방세 감면 규모는 약 3조원에 이르며, 안행부는 감면액을 대폭 축소할 방침이었다. 이 실장은 “영유아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등으로 지방재정 여건이 악화하고 세수확보가 시급하지만 법률개정 일정을 못 맞출 상황이어서 정부부처간 협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욕을 갖고 당정청협의를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안행부가 이날 ‘관련부처간 협의 미비’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주민세 인상안의 경우 안행부와 기획재정부 외에 다른 정부부처는 크게 관련이 없으며, 기재부는 지방재정 확충 필요성에 공감해 주민세 인상에 반대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새누리당은 주민세를 100% 이상 인상하려는 안행부의 추진방향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주민세 인상 등은 굉장히 부담이 되는 이슈이니만큼 당내 특위에서 방안을 도출한 후 본격적으로 논의를 하려는 상황이었는데 안행부가 일방적으로 앞서나갔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공무원연금은 전혀 언급이 안 됐고, 주민세 인상 등 지방세수 확보 방안은 다음에 내부 이견을 더 조율한 뒤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당·정·청은 소방 공무원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에는 의견을 모았다. 당·정·청은 소방 공무원 인력을 현재보다 늘리고 노후장비 교체를 위한 국가 재정 지원을 확충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수치는 확정 짓지 않았다. 이밖에 당·정·청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 법안들을 국회에서 최대한 조속히 처리하는 데 총력을 모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