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채권단 입장/“시간끌면 더 부담” 유화입장 선회

기아그룹 처리와 관련된 정부와 채권은행단의 입장은 「형식고수 내용변경」으로 요약할 수 있다.조건없는 경영권포기각서와 노조의 감원동의서를 여전히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기아경영진은 이에 대해 기아를 제3자에게 인수하려 한다는 「음모설」을 제기하며 불가원칙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날 이회창 대표가 제3자인수 불가원칙을 시사함에 따라 「음모설」은 상당부분 희석됐다. 재경원 고위관계자도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해도 당장 사직시킨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재삼 강조했다. 경영권포기각서를 요구하는 이유는 노조의 감원동의서와 형평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은행단 회의에서는 노조동의서가 제출된다면 기아경영진이 이미 제시한 책임이행각서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기아에 요구하고 있는 긴급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은 변하지 않았지만 「경영진 퇴진을 통한 제3자인수 추진」이라는 기아측의 강한 의구심을 해소시켜주기 위한 채권단의 모습이다. 이에 따라 한달동안 기아와 채권단의 줄다리기, 정부의 채권단 손들어주기로 점철돼 정체상태를 유지하던 기아사태가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된 것으로 보여진다. 채권단은 14일 하오 갑자기 10개 은행장모임을 갖고 자구계획 점검반을 기아그룹에 파견키로 결정하는 공식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아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공은 기아에게 완전히 넘어간 셈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이처럼 사태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기아사태를 더이상 질질 끌다가는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아측은 더이상 「음모설」에 기대 경영권포기각서와 노조동의서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고집하기 힘든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김선홍 회장의 사퇴서가 김회장의 사퇴를 위한 수순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의 책임있는 당국자와 신한국당 대표, 그리고 채권단 대표 등으로부터 확언받은 상태에서 기아측의 입장변화가 사태해결을 빠르게 할 것이라는 뜻이다.<이기형 기자>

관련기사



이기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