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주택임대시장 월세 중심으로 재편한다지만 소득 30%가 임대료 … 렌트푸어만 늘릴 판

공급자 중심 '외발 정책' 우려 전세 → 월세 전환이율 낮추고

세혜택·보조금 지원 도입 등 세입자 부담 경감책 마련을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33)씨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원룸형 오피스텔에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을 내며 살고 있다. 김씨가 매달 받는 월급은 세금과 연금 등을 제외하면 200만원 남짓으로 소득의 3분의1이 월세로 나간다. 여기에 10만원이 넘는 관리비·난방비 등을 감안하면 김씨는 주거에만 10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을 사용한다. 3년 전 전세를 월세로 바꾸면서 적금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전세로 살 때는 한 달에 60만~70만원 정도는 저축을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저축액이 2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세 중심인 현재의 임대차시장을 월세 위주로 재편할 것을 천명했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월세 중심으로 시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에 비해 높은 월세 수준은 결국 세입자들의 피해만 더 키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탓에 월세 거주 비중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현재의 시장 환경과 제도만으로는 월세가 전세를 완벽하게 대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99㎡형 아파트 평균 월세 113만원=1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 3.3㎡당 평균 월세는 3만7,8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본격적으로 월세가 등장하기 시작한 2009년(3만3,800원)에 비해 12%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특히 인기 주거 지역인 강남구는 5만9,900원, 서초구는 5만7,100원, 용산구는 5만5,200원 등으로 5만원을 훌쩍 넘겼다. 결국 서울에서 99㎡형 아파트를 월세로 살 경우 평균 113만원을 내야하고 강남·서초·용산구 등 인기지역에서는 165만~179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월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대문구와 노원구에서도 각각 93만원, 89만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월세를 감당하기에 가계 소득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2008년 서울시가 조사한 자치구별 월평균 소득을 살펴보면 강남구는 월평균 453만원, 서초구는 479만원, 용산구는 307만원, 서대문구는 332만원, 노원구는 297만원이었다. 대부분 월평균 소득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안팎이며 많게는 40%에 달하는 자치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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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본부장은 "일본이나 미국 등 외국에 비해서 월세 수준이 높지 않지만 소득을 감안하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세입자들이 월세를 기피하는 것도 가처분소득이 크게 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입자 월세 부담 경감 방안 마련해야=결국 세입자들의 높은 월세 부담을 경감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월세 중심의 시장 재편은 공급자 중심으로만 흘러가는 '절름발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방식의 정책만을 사용한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세입자"라며 "장기적으로는 월세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겠지만 과도기적인 대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바우처 등 직접적인 임대료 보조제도 이외에도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임대료 부담 경감 등 월세 시장에 대한 정부의 조정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임대주택등록제가 도입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은 "정부가 민간임대주택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임대주택등록제가 필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민간임대업자들에 대한 세제혜택이나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수단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4~9% 수준인 전·월세 전환율(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적용하는 이율)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 현재 시중금리는 3% 안팎인 데 비해 최고 9%에 달하는 전·월세 전환율은 과도하게 집주인에게 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차보호법상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은 10%지만 현재 이정도 이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 상품은 거의 없다"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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