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국민은행 사태의 본질

제도는 다 갖춰… 결국 사람이 문제<br>내부통제 제도 업계 최고지만 채널간 갈등 줄서기 문화 만연<br>후진형 낙하산 인사 없어져야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은 지난 1월22일 여의도 본점 대강당에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윤리강령 실천 서약에 서명을 했다. 당시 은행은 직원들의 윤리경영 실천 의지 및 근무자세를 확립하기 위해 업무용 수첩에 윤리강령 전문과 실천 서약란을 만들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같은 행사는 물거품이 됐다. 겉으로는 2만2,000여 임직원이 이를 따르는 듯했지만 국민주택채권 횡령과 도쿄 지점 부당대출, 주택보증부대출 부당이자 수취 등이 이뤄지고 있었던 탓이다.


금융감독당국이 국민은행 사태 이후 내부통제 강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개선점을 연구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은행은 내부통제에 관한 한 갖출 수 있는 제도는 거의 모두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전문가들은 "당국이 제도보완 등을 연구하고 있지만 내부 통제는 결국 사람이 문제"라며 "은행 내부의 편가르기와 줄서기 문화를 바꾸는 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 돼 있는 국민은행=국민은행은 내부통제 관련 제도의 경우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은행의 경영활동'과 '은행의 사회적책임', '임직원의 근무윤리' 등 3개장으로 구성된 윤리강령을 갖고 있다. 특히 근무윤리 부분에서는 은행의 재산이나 직위를 이용한 사적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윤리강령에 대한 실천서약은 매년 초에 이뤄진다.


국민은행이 윤리강령을 만든 것은 지난 2001년 12월이다. 12년이 다 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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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이 아니다. 월 1회 최고경영자(CEO) 주관 아래 전 임원 및 본부장이 참석하는 내부통제 회의를 연다. 실적증대를 위해 윤리강령과 임직원 법규준수 행동에 위반하는 일이 적발되면 종합업적평가 점수의 10%가 깎이고 고의의 경우 아무리 잘했더라도 중간 이상 등수를 할 수 없게 해놨다.

매달 1회 이상 법규준수 및 윤리경영 교육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윤리경영에 대한 임직원 사이버연수 강좌도 있다. 매주 2번씩은 직원별로 컴퓨터를 켤 때 초기화면에 법규준수 자기점검 항목을 체크해야 업무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은행 전산망에도 은행 내 윤리준법 게시판이 있어 관련 내용이 올라간다. 내부통제에 대해서는 국민은행이 가장 앞서있는 셈이다.

내부고발자를 위한 '올바른제보제도'도 있고 상근감사 아래에도 경영감사와 영업감사 2개의 부서가 있다. 신한이나 하나은행은 감사 소관 부서가 1개다.

◇내부 갈등, 줄서기 없어야=전문가들은 국민은행의 사례를 보면 결국 내부통제 문제는 사람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제도가 아무리 잘 돼 있어도 이를 운영하는 임직원들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의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민의 경우 채널간 갈등이 큰 데다 회장과 은행장이 바뀔 때마다 이뤄지는 싹쓸이 인사에 외부 줄대기 같은 문제가 크다"며 "CEO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는 한 주인의식을 갖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과거 10여년 동안 국민은행을 망쳐 놓은 것은 다소 비약일 수 있지만 역대 회장과 행장 등 고위 임원들"이라며 "이는 국내 다른 금융회사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외환 위기 이후 제도적 측면은 선진 수준으로 끌어 올렸지만 인적 수준과 이를 운용하는 기술적 부분은 여전히 후진형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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