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의 걸프전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미·영 동맹군이 바그다드 입구에서 이라크의 정예군 공화국수비대가 지휘하는 강력한 저항으로 쓴맛을 보고 있다. 이들이 마주친 저항의 강도는 막강한 화력으로 무장한 미육군 제11 항공연대 소속 아파치 헬기들이 AK-47 소총으로 무장한 이라크군들에 밀려 패퇴한 데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북상중인 지상군의 길을 닦아주기 위해 24일 적진 깊숙이 들어갔던 제11 항공연대 소속 아파치 헬기의 조종사들은 “마치 벌집을 건드린 것 같은 격렬한 공격”을 받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바그다드 남쪽 50마일 지점의 카르바라로 날아간 아파치 헬기들은 4~5대의 이라크 탱크와 경무장 장갑차 수대를 파괴하는 등 초반기세를 잡았지만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터져 나온 이라크군의 집중 대공사격으로 거의 모든 헬기들의 기체에 벌집처럼 구멍이 뚫렸다. 첨단장비를 갖춘 최신예 기종인 AH-64 `아파치 롱보우` 한 대는 총격을 견디지 못한 채 적진으로 추락했다.
작전을 지휘한 육군 11 항공연대의 빌 울프 대령은 “거리, 지붕 위, 민가 뒷마당 등 사방에서 날아든 총탄이 수겹의 탄막을 이루면서 사정없이 기체를 두들겨댔다”며 30밀리 캐논포와 4피트 길이의 로켓으로 응사해 가며 가까스로 퇴로를 뚫었다고 전했다.
91년 걸프전에 참전했던 밥 더프니(41) 준위는 `사막의 폭풍` 작전 때와는 “저항의 강도가 완전히 다르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부조종사 겸 사수로 처음 실전에 투입된 캐리 브럴(여·26) 중위는 “누군가 해머로 기체를 사정없이 두드려대는 것 같았다”며 “탄환이 기체에 부딪히는 충격음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프 대령은 “탱크 킬러로 불리는 아파치는 적외선 장치를 비롯한 첨단장비로 무장하고 있어 1개 연대에 해당하는 24기가 일제히 공격을 퍼부으면 1개 기갑사단을 삽시간에 섬멸할 수 있는 무서운 화력을 지니고 있다”며 그러나 소총 등 원시적인 무기에는 취약점을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울프 대령은 “이번 전투는 시가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일깨워준 사례“라며 “아파치 헬기로 한 블럭을 통째로 날려보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훈령 때문에 작전상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의 말에는 바그다드에서 시가전이 전개될 경우 아군측의 상당한 피해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뜻도 담겨 있었다.
한편 전투가 끝난 뒤 이라크 국영 TV는 거의 말짱한 형태로 추락한 아파치 헬기를 둘러싸고 이라크군들이 소총을 하늘로 치켜들며 환호를 올리는 모습을 연거푸 방영했다. TV 화면에는 추락한 헬기에 타고 있던 2명의 미군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이강규 기자
<미주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