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사우디도 시위 확산에 불안감 고조

"美정부가 더이상 확실한 후원자 되지 못할 것" 보도

튀니지와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 사태가 아라비아 반도의 바레인과 예멘 등을 거쳐 급기야 세계 2위의 산유국이자 아랍권 최대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사우디는 반정부 시위의 파고를 차단하고 현 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핵심 동맹국인 미국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민주화 확산을 주창하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중동 독재국가들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부담스러워하는 가운데 사우디와 미국의 오랜 우호관계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가 더 이상 사우디의 확실한 후원자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우디 정부가 점점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고 사우디 정부 관료 및 외교관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사우디 지도층은 강력한 동맹세력이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축출 이후 깊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무바라크 대통령 하야압력에 반대해 온 사우디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앞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고 NYT는 익명의 관료를 인용해 전했다. 여기에 지난 14일부터 중동의 시위사태가 바레인으로 확산되면서 사우디는 현 체제를 위협하는 시위 확산을 차단하느라 여념이 없다. 바레인 시위 사태는 오랜 독재에 대한 염증과 함께 전체 인구의 75%인 시아파를 수니파인 알-칼리파 가문이 40년 가량 지배하면서 차별정책을 펼쳐 온 데 대한 시아파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마찬가지로 수니파가 권력을 장악한 사우디의 시아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왕정국가인 사우디는 의회 및 정당, 시민단체들이 존재하지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바레인 사태에 대한 직접개입을 시사하고 반정부 시위를 종교적 금기로 규정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현재 해외에서 요양중인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수일 내로 복귀하면 개혁안 등 일부 유화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우디 체제의 비호세력을 믿어 왔던 미국 정부가 반정부 시위의 명분(민주화 확산)과 실리(중동지역 안정) 사이에서 아직 확고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어 사우디 정부는 갈수록 초조해지고 있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8일 바레인과 예멘, 리비아 등에서의 유혈시위에 대해 "미국은 이들 국가에서든 어디에서든 평화적인 시위에 대한 정부의 폭력사용을 비난한다"며 시위대측에 힘을 실어줬다. 아라비아반도 국가들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가 지난 17일 바레인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동에서 바레인 정부의 강경진압에 대해 지지를 밝힌 것과는 상반되는 견해다. 레이첼 브론슨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부회장은 "사우디는 이전에도 공산주의나 이란의 영향력 등에 포위되는 것을 두려워했다"며 "바레인 사태의 결과가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17일에는 실제로 사우디의 한 소도시에서 시아파 수감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밝혀지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사우디의 시아파 인구는 전체의 15% 정도지만 주로 동부의 유전지대를 근거지로 삼고 있어 사우디 시아파의 움직임은 국제유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중동 두바이유와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18일 각각 배럴당 96.96달러와 102.52달러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한편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일대를 휩쓸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대해 각국 정부가 강경진압 노선을 택하면서 사태는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시위 5일째인 19일 정부의 유혈진압으로 최소 15명이 숨지는 등 지금까지 최소 9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멘에서도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이번 주 들어 사망자 수가 10명으로 늘어났다.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 등 이웃국가들의 민주화 운동에 고무된 모로코와 알제리에서도 19~20일을 기점으로 반정부 시위 움직임이 일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