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행복한 중기씨] 1부. 중소기업 바로 알자 <5> 뼈깎는 자기성찰 필요

■ 중기 스스로 사회공헌 앞장… 이미지 개선 적극 나서라<br>정부 사회공헌 업체엔 금리인하 등 인센티브<br>중기는 대학 직접 찾아 회사설명·리크루팅 등 좋은 기업 인식 심어야


중소업계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커져가고 있다. 김기문(왼쪽 네번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과 정관계 관계자들이 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 바자회에서 성금을 쾌척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특별히 참여 중소기업에 이익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니 못하겠다는데 강요할 수 있나요. 이 사업은 중소기업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개선을 위해서라도 계속 확대해야 하는 사업인데 (섭외하기가) 상당히 힘드네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연계 청소년 진로지도 지원사업'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최근 업체 섭외에 나섰다가 씁쓸한 탄식을 내뱉었다. 중학생들에게 진로지도를 해줄 업체를 섭외하기 위해 100여개 기업과 접촉했지만 최종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힌 업체가 30곳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단순 현장체험으로 생각하고 참여의사를 밝혔다가 취업 대상자가 아닌 중학생에게 진로상담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 뒤 절반 가까이가 취소했다. 참여업체 가운데는 방송국ㆍ은행 등 대기업들이 상당수 포함된 반면 취소업체 대부분은 중소기업이었다.


중소기업 연계 청소년 진로지도 지원사업은 청소년들에게 중소기업을 바로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고 참여 중소기업에는 사회적 책임경영을 선도하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중기중앙회와 서울시교육청이 손잡고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다. 중소업체들의 참여가 당연히 많아야 하는 사업인데 정작 중소기업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사업 출발부터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청소년 진로체험이다 보니 단순 현장체험과 다르게 최소한 4~5명의 업무별 상담자가 필요한데 중소기업들이 이를 부담스러워한 것 같다"며 "너무 어린 친구들이 방문해 통제가 힘들다는 것도 또 다른 거절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소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에 퍼진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중기 스스로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부분의 대기업이나 다국적기업들은 이미 사회공헌이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전담반을 마련하는 등 사회적 책임 수행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데 반해 중소기업들은 무관심해도 너무 무관심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5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92.0%가 사회적 책임이행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실제 사회공헌에 참여하는 기업은 전체의 49.0%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7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적 책임 측정지표인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항목별 점수가 각각 122.7, 121.0, 121.9점에 달하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각각 89.6, 62.8, 87.4점에 그쳐 수준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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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앞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논하지만 대기업과 달리 이를 필수로 여기지 않는 듯하다"며 "과거의 중소기업 인식개선 작업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 위주로 진행됐지만 이제는 중소기업 스스로 기존 틀을 깨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철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도 "중소기업이 직접 대학을 찾아 채용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며 "가만히 앉아서 구인난을 하소연할 게 아니라 이제는 중소기업 스스로도 인력확보와 이미지 제고에 애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스스로 인식개선에 나서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청뿐 아니라 범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관련업무는 중기청에 집중돼 있지만 한정된 인력과 예산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총리실 등 상위기관이 컨트롤타워를 맡아 기획재정부ㆍ교육부ㆍ고용노동부ㆍ미래창조과학부 등 여러 부처의 힘까지 모아야 한다는 게 중소업계의 요구다. 지난 3월 청소년 진로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부에 공고육진흥과가 신설되기도 했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좀 더 종합적인 정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재정부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 중소기업에 대출금리 인하 및 마일리지 제공, 대기업 협력업체 우선선정 등 인센티브 제도를 관리하고 교육부는 청소년 중소기업 진로교육 강화를, 노동부는 청년고용 연계사업 콘텐츠 개발을 맡는 식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이행을 일회성 기부나 자선사업에 국한하는 경향이 높은데 좀 더 전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정부 또한 사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중기중앙회 등 민간기관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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