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29일 오전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이인원 롯데 부회장, 최원길 현대중공업 사장, 서경석 GS 부회장, 서용원 한진 대표이사, 신은철 한화 부회장, 이재경 두산 부회장 등 6개 그룹 대표와 간담회를 가진 직후 이 같은 내용의 모범기준을 발표했다. 공정위원장과 재계 대표의 이 같은 간담회는 지난 1월 삼성ㆍLG 등 4대 그룹 회동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것이다.
공정위가 이날 발표한 모범기준에 따르면 대기업이 계열사와 대규모 거래를 진행할 때 경쟁입찰을 확대하고 수의계약은 긴급하거나 보안을 요구하는 등 경영상 필요한 경우에 적용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수의계약 사유를 기업 내부 구매지침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수의계약을 체결할 때 내부거래위원회나 감사부서에서 수의계약이 적당한지를 사전에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대기업이 독립 중소기업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적합한 분야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직접 발주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당부했다. 예를 들어 광고 분야라면 만찬행사, 옥외광고 제작 등 영업전략과 직결되지 않는 부분은 과감하게 중소기업에 일감을 맡기라는 것이다.
일감몰아주기를 감시하는 내부거래위원회는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되 3분의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해 의사 결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10대 그룹에 이어 47개 대기업 집단으로 모범기준이 확산되면 역량 있는 중소기업의 사업기회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일단 공정위의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롯데ㆍ현대중공업ㆍGSㆍ한진ㆍ한화ㆍ두산 등 6개 그룹은 시스템통합(SI), 광고, 건설, 물류 분야를 대상으로 2ㆍ4분기부터 경쟁입찰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 일감을 발굴하고 내부거래위원회 설치도 약속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공정위 권고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계열사에 일감을 주는 것은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현실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는데 정부가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