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성지 性담론, 여성의 성을 결혼제도 안팎서 매춘화시켜"

이희영 대구대 교수 '섹슈얼리티와 신자유주의…' 논문 발표<br>"중년 전문직여성 경제능력 옹호… 남편 배려 강조"<br>20대 여성은 '연애 성공·섹스기술 담론' 으로 분석


이희영 교수

은행, 미용실, 병원, 회사 휴게실 등 생활공간에서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종합여성지는 성(性) 담론을 전파하고 유통시키는 주요 매개체다. 주로 여성인 독자들은 이들 잡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나누기 어려운 성 관련 정보와 체험을 상상하고 해석한다.

이희영(47ㆍ사진)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간 '사회와 역사' 여름호에 기고한 논문 '섹슈얼리티와 신자유주의적 주체화: 대중 종합여성지의 담론분석을 중심으로'에서 성 담론을 중심으로 여성종합지를 분석, "이런 잡지들의 담론은 여성의 세대와 상관없이 여성의 능동적인 성행위를 강조하고 있으며 여성들의 성을 결혼제도 안과 밖에서 매춘화시키고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이 교수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잡지는 2008년 발행된 2종의 종합여성지로 각각 중년, 20대 여성이 타겟이다. 1990년대 이후 여성주의 관점에서 종합여성지의 모성 담론, 주부 정체성 등을 분석한 연구는 있었으나 성 담론을 다룬 연구는 드물었다.

중년 여성… 명기(名妓) 되기 옹호



이 교수는 중년 여성을 겨냥한 종합여성지의 주요 담론을 '자상한 남편 담론'과 '명기(名妓) 담론'으로 분석했다. 탤런트, 작가, 외교관 등 전문직 여성들의 결혼생활은 이들 잡지의 주요 소재. 그러나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자부심과 활동 내용에 대한 소개보다는 사회활동을 인정하는 자상한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 대한 감사, 아이와 함께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주로 전한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연하 여성과 결혼한 남성 연예인도 자주 다뤄지는데 이 경우 아내에 대한 자상한 배려가 강조된다.

관련기사



이 교수는 "종합여성지들은 사회활동을 통해 경제적 능력을 가진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으나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자상한 남편'과 집안의 배려에 초점을 둔다"며 "'자상한 남편' 담론은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들의 주부 역할에 대한 '책임'을 환기시키며 다른 한편으로 남성들을 가정으로 불러들임으로써 '신성한 가족'담론을 재구성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정숙한 아내' 담론은 사라진 대신 남성의 본능적 욕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여성의 능동적 성적 태도를 강조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 잡지들이 다루는 여성 모델은 '매순간 섹스만을 생각하는 남편의 바람기를 감시하며 자신의 섹스에 만족하도록 기술을 발전시키는 기혼여성'이다. 이 교수는 "잡지 기사들은 여성들에게 행복한 이성애적 결혼관계를 위해 '섹스를 위한 몸'을 계발하고 관리할 것을 적극적으로 조언한다"며 "결혼관계 속의 여성들을 남편의 바람기를 불러일으키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과 경쟁시킴으로서 여성들의 성이 결혼제도 안과 밖에서 '매춘화'(prostitute sexuality)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대 여성… 연애 성공 담론

20대 여성이 주독자층인 종합여성지의 주된 담론은 '연애 성공 담론'과 '전문적 섹스기술 담론'이다. 잡지들은 연애 성공을 위해 남성의 바람기를 단속하는 정교한 방법을 소개하는데 '남자 속마음 전격 해부' '가끔씩 꼭 해줘야 하는 남자친구 검사법' 등과 같은 기사를 통해서다. 이런 기사에서 남성(남자친구)은 남녀 두 사람이 상호작용을 통해 알아가는 상대가 아니라 바람둥이 사기꾼이 아닌지 주기적으로 검사해야 하는 대상에 불과하다. 이런 담론이 다루는 젊은 여성상에 대해 이 교수는 "연애 경쟁에서 살아남아 이상적인 남성과의 결혼에 성공하는 것이 삶의 목적인, 정체화된 개인들이자 남성의 수동적인 짝"이라고 분석했다.

성 행위를 이성 사이의 관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행위가 아닌 가장 중심적인 행위로 다루는 것도 특징. 잡지 기사들은 '남자들에겐 사랑보다 성욕이 우선한다, 본성을 이해하라'고 전제한 뒤 남자들의 성적인 느낌을 자극하는 태도, 자세, 행동, 말, 테크닉 등 성행위의 기술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여기서 젊은 여성들은 성행위를 잘하기 위해 자신감을 쌓고 열심히 탐구해 상대를 단련시킴으로서 성적 쾌감을 줄 수 있는 주체로 묘사된다.

"이런 기사들은 전적으로 '남성들의 시선과 관점'에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는 이 교수는 "여성들에게 아무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섹스를 주문한다고 하더라도 '여성들이여, 왜 당신 몸을 상대인 남성의 기준에 맞추려고 하나?'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타자화된 욕망을 자아 구성의 핵심으로 주문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