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안전은 국민의 기본권리이자 의무

수마(水魔)가 덮쳤다. 하천이 범람하고 산은 무너졌으며 논밭과 가옥이 물에 잠겼다. 집을 잃은 이재민의 통곡이 도처에 진동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 처참한 광경이 낯설지 않다. 이미 똑같은 일을 여러차례 겪은 탓이다.폭우로 인한 수해가 비정한 자연의 탓이라고 치더라도 이번 재해 역시 철저한 방재가 이루어졌다면 그 피해를 상당부분 경감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이 시점에서 누차 언급되었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체감되지 않은 「안전 관리」문제를 국가적·국민적 차원에서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 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95년 4월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 6월의 삼풍백화점 붕괴, 97년 8월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 99년 6월 수십명의 어린 목숨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 화재 그리고 해마다 여름이면 발생하는 풍수해 등 수많은 인재(人災)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으며 또한 격렬하게 들끓어 올랐다. 그러나 한때 반짝 달아오른 여론일 뿐, 피해 가족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비슷한 사고나 재해가 발생하곤 했다. 방재 또는 안전 문제는 일시적 감정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접근하고 지속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며 현장 중심의 근본적 대처가 있어야 한다. 우선 경험있는 실무자들에 의해 종합적 차원의 방재 및 안전계획이 재검토되고 재정립돼야 한다. 수해를 막기 위해서 강의 흐름과 위치, 지면의 높이, 토양의 성질, 배수관계, 각종 통계 등을 분석해 원인을 알아내고 과학적 방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현장담당자들과 관계기관의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재난방지 및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행정부서의 신설, 방재 예산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집행 문제 등도 점검해 봐야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의 안전 의식이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습관, 예컨대 공공질서를 지키고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것도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인재(人災)는 귀중한 인명을 앗아가며 그 죽음을 원통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막대한 경제비용으로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다. 공자는 『맨손으로 범에게 덤비고, 걸어서 황하를 건너다가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자와는 결코 행동을 같이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제자 자로에게 답한 바 있다. 만용을 경계한 말이다.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은 바로 만용이다. 안전한 건물, 안전한 도로,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이를 만드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리이자 의무이다. 이제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안전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국민적 각성과 의견통일에 의해 시스템이 실행돼야 한다. 더 이상 아까운 인명과 재산 피해는 없어야 한다. 우리는 너무나도 가혹한 수업료를 이미 많이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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