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정부 인사제도 개혁의 참뜻

전병헌<국회의원·열린우리당>

정부가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각계각층의 우수한 민간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은 환영할 만하다. 지금까지 중앙정부부처는 공직 채용시험을 통해 채용된 ‘관료’들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관료문화와 가치는 일정 정도 한국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한 바 있지만 한편에서는 정부 부문이 민간에 비해 변화ㆍ발전하는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지난 99년부터 ‘공무원 개방형 직위제’를 도입해 4급 이상의 직위에 대해서 개방형 충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와 무관한 행태 또한 드러났다. 8월15일 기준으로 제도 도입 현황을 보면 정부부처 42개 기관 중 개방형 공무원 직위를 단 1명도 채용하지 않은 부처가 15개 부처 36개 직위로 나타났다. 이는 개방형 직위제도로 충원할 ‘자리’가 있었는데도 충원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개방형 공무원직마저 민간에게 개방하기보다는 ‘제 식구 채워넣기’ 혹은 ‘위인설관’식으로 운영하는 폐단이 나타났다. 당초 개방제도의 취지를 적극 살려 정부조직에 활력과 성과 중시 분위기 확산을 위해서라도 현재 40% 이하에 머물러 있는 민간인 비중을 단계적으로 크게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채용 심사위원회의 개선이 필요하다. 민간위원 비율이 50%에 달하지만 실제 공무원 출신위원에 비해 결속력이 약하다. 결국 공무원 출신 인사들이 높은 면접 점수를 받게 돼 결국은 내부에서 자체 충원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 개방형 직위제를 보다 내실화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간 심사위원 비율을 높이고 채용인원의 민간인 쿼터(quota)를 일정 비율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5급 고시 선발인원을 점차 줄이고 단순지식이 아닌 실제 직무수행과정에서 창의성ㆍ변화대응능력 위주로 다양한 방식으로 전문인력을 특별채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는 시험과목이 민간에 비해 많고 장기간 수험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우수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개방형 직위를 현재 4급에서 5급까지 확대한다는 지방공무원법을 제출한 것은 민간전문가 수혈에 다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외교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재외공관장의 30%까지를 개방형으로 임용하고 1급 외무공무원의 정년(60세)을 폐지하는 것은 외교직의 전문성과 종합적 교양을 골고루 고려해 신중한 평가를 해야 한다. 외교관은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올바른 국가관, 그리고 국제무대에서 뛰어나게 활동하는 문화습득능력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재외공관장을 민간인으로 등용할 경우에 ‘부대사직위’ ‘인턴십 제도’를 활용해 직무적성능력을 충분히 준비, 평가한 뒤에 임명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해외 현지 한인회 회장, 기업인 등 현지 경험이 풍부하면서도 세일즈 마인드가 뚜렷한 민간인사를 외교공관장으로 기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럴 경우 순조로운 외교부 조직 운영을 위한 다양한 적성 테스트를 거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재외공관장으로서의 직무자질은 기본적으로 오랜 외교관 생활의 경험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오는 2006년부터 1~3급의 고위공무원 직급을 없애고 3급 이상 공무원 모두를 동등한 고위직 대상자로 하는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출신 부처와 상관없이 전문성 및 능력에 따라 인력을 배치하는 성과 중시형 인사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예고한 것이다. 공무원들로서는 다른 부처 공무원들뿐 아니라 민간전문가와도 경쟁해야 하는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하는 것이다. 정부의 ‘공무원 개방형 직제’와 ‘고위공무원단제’는 철 밥통으로 여겨졌던 공무원사회에 분명 새로운 활력과 긴장을 불어넣을 것이다. 이에 따른 업무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사시스템 변화의 궁극적 목표가 공무원에게 부담주기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질 높은 정책ㆍ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안으로부터의 혁신’과 ‘밖으로부터의 활력’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폭적인 개방원칙 아래 폭 넓은 인사를 대상으로 그 자리에 적합한 인사를 과감히 기용해야 한다. 국제경쟁력 강화는 무엇보다도 인재경쟁력이 필수조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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