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슬로바키아의 외국기업들

강창현 (산업부 차장) chkang@sed.co.kr

‘희망이 없는 땅에 희망을 심어주십시오.’ 지난해 7월 미쿨라시 주린다 슬로바키아 총리가 삼성전자 갈란타 공장 기공식에 참석,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이 말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수백년 동안 농업 위주로 살아왔던 이 지역 주민들이 이제 한국기업인 삼성전자 공장에서 첨단 디지털 전자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유럽 지역 최고의 실업률로 힘겨워했던 슬로바키아인들에게 삼성은 분명 새로운 희망이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최근 기자가 방문한 갈란타 공장은 말 그대로 살아 돌아가는 조직처럼 보였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30분 정도만 달리면 슬로바키아 국경에 이를 수 있다. 슬로바키아는 유럽의 중심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5월 동유럽국가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따라 이 지역은 명실상부한 유럽의 물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이 때문에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슬로바키아에 몰리고 있다. 폴크스바겐ㆍ푸조ㆍ시트로앵ㆍ지멘스ㆍ소니ㆍ마쓰시타 등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초일류 기업들이 이미 이 지역에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한국기업의 양대 산맥인 삼성과 현대차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삼성전자 갈란타 공장은 가동 1년 만에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올 연말께는 슬로바키아 ‘톱5’ 기업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기아차도 11억유로를 투입해 질리나 지역에 완성차 공장을 설립, 오는 2007년께부터 연간 20만대 규모의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오랫동안 은둔의 땅이었던 슬로바키아가 유럽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변신한 이유는 뭘까. 주란다 총리가 부임한 후 싼 값에 공장부지를 제공하고 세제혜택을 주는 등 외자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 4만여평의 부지를 60만 달러에 제공했고 기아차에도 많은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역대 정권들은 누구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강조했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척도는 기업들의 투자다. 최근 몇 년새 우리 기업들은 투자를 기피해왔다. 오죽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총수들에게 투자를 독려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제라도 기업들이 진정으로 투자를 머뭇거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 경제 주체들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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