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빈 라덴 사살 후폭풍 막아라" 동분서주

아랍권 反美감정 확산 조짐 보이자 작전 합법성 강조<br>"파키스탄과 관계악화 得 없다" 갈등 봉합쪽으로 선회

국제 사회에서 미군의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일고 아랍권을 중심으로 반미 감정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 정부가 작전의 합법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등 후폭풍 잠재우기에 나섰다. 미국은 작전 성공 발표 직후 파키스탄 정부에 대해 빈라덴을 숨겨준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으나 알카에다, 탈레반 등이 보복 위협을 가하는 등 테러 발발 위험이 커지자 일단 파키스탄과의 갈등을 봉합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3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빈라덴이 미군 특수부대에 사살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이슬람권에서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파키스탄ㆍ아프가니스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수단 등지에서도 빈라덴 추모 기도회가 열리는 등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수단의 추모 기도회는 곧바로 반미 시위로 이어졌고 참석자들은 "미국에 죽음을"등의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에서도 전통적으로 반미 성향이 강한 중산층을 중심으로 빈라덴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같은 이슬람권의 반미 감정은 빈라덴이 미군에 의해 사살되던 당시 최초 발표와는 달리 비무장 상태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빈라덴이 사살될 당시 무기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며 이전 발표를 정정했다. 이에 대해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번 작전이 아랍권에 예상하기 힘든 결과를 가져올 수 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모든 대테러작전은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미국 측에 빈라덴 사망과 관련된 구체적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미 정부는 계속 작전의 합법성을 강조하고 있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우리가 취한 행동은 모든 면에서 합법적이고 정당하며 적절한 것이었다"며 "작전 책임자들이 모두 잘 대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제법 전문가들 역시 '암살'이 아니라 미국과 알카에다 사이의 전쟁 중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빈라덴 사살 작전에 대한 논란을 조기 종결시키기 위해 파키스탄과의 갈등도 일단 봉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 2일만 해도 존 브래넌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이 브리핑에서 "빈 라덴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외곽에서 포착됐다. 파키스탄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지원을 했을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냈지만 다음 날부터는 파키스탄과의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해 득실을 따져볼 때 양국의 관계 파탄이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파키스탄은 알카에다 및 테러리즘과 싸우는 데 핵심적인 동반자"라며 "그 동안 매우 협조적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러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에 날을 세우고 있는 존 베이너(공화당) 하원 의장까지 나서 "지금은 파키스탄으로부터 등을 돌릴 때가 아니다.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도 미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완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파키스탄 소식통을 인용, "아시프 알리 저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빈라덴이 파키스탄 정보국의 감시를 어떻게 피할 수 있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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