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세탁 국적까지 받은 조선족
강도·성폭력으로 쫓겨났다 가짜 호구부 만들어 다시 잠입검찰, 130명 적발·26명 기소안면인식 시스템 활용 성과
이수민기자 noenemy@sed.co.kr
강도나 성폭력을 저지르고 쫓겨났다가 신분을 세탁해 다시 국내로 잠입해 한국 국적까지 취득한 조선족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이흥락 부장검사)는 중국 호구부를 변경해 신분을 바꾼 뒤 다시 입국해 합법적인 신분을 취득한 조선족 130명을 찾아내고 이들 가운데 함모(36)씨 등 11명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또한 검찰은 같은 혐의로 김모(47)씨 등 15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망을 피해 도주한 박모(42)씨 등 4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함씨는 2007년 직장동료와 다투다가 상대를 칼로 찔러 중상을 입힌 혐의로 1년간 철창신세를 졌다. 감옥서 복역하던 도중에 강제퇴거를 당하자 함씨는 브로커를 통해 이름과 생년월일을 모두 바꿔 다시 국내로 들어왔다. 그는 3년간 경기도 일대 공장에서 근무했지만 신원을 아예 바꾼 탓에 과거는 감쪽같이 묻을 수 있었다.
서울 강남에서 육아도우미를 하던 이모(53ㆍ구속)씨도 신분이 들통나 재판에 넘겨졌다. 이혼 후 위자료를 노리고 사람을 동원해 전 남편을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로 지난 2003년 실형을 받은 이모씨는 4년 뒤 신분을 세탁해 한국에 다시 들어와 입주육아 도우미를 시작했고 최근 한국 국적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이 적발된 이들은 과거 한국에서 특수강도ㆍ살인미수ㆍ마약매매ㆍ특수강간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강제추방 된 뒤 이를 숨기고 재입국하기 위해 이름과 생년월일과 같은 인적사항을 위조한 가짜 호구부(중국의 주민등록증)를 발급받아 신원을 세탁했다.
검찰은 최근 오원춘 사건 등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며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분세탁 사범에 대해 일제 점검을 벌였다. 이번 수사를 위해 검찰은 특정기간 국내에 입국한 중국인 9만4,000여명을 비롯해 강제 퇴거된 중국인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 도입된 안면인식 시스템을 활용했다. 안면인식 시스템은 지난 2003년 폐지됐다 부활한 외국인 지문확인제도와 함께 사용하면 동일인 여부를 100% 확인할 수 있다. 수사당국이 일정 기간 동안 신분을 감추고 불법 입국한 혐의가 있는 이들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 대거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현지 브로커에게 1인당 400만~500만원을 주면 중국 호구부의 인적사항을 바꿀 수 있고 중국여권까지 발급받을 수 있다"며 "특히 조선족은 다른 외국인과 달리 언어장벽이 없어 한국 사회에 정착이 쉽고 동화되기도 용이하기 때문에 신분세탁 사범이 많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앞으로 귀화한 조선족뿐 아니라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해서도 법무부와 경찰 등 관계기관의 공조 아래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수사를 벌여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