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스사서 어음 돌려… 진로 한때 부도위기

◎「불도유예협약」 존폐 기로에/협약미가입 금융기관 채무 2,349억원/‘상환연장’ 합의실패땐 정상화 물거품부도유예협약의 효과가 3금융권 때문에 의문시되면서 우려하던 「대형부도공포」가 현실로 닥치고 있다. 부도유예협약 대상 1호인 진로그룹은 지난 25일 협약대상에서 제외된지 3일만에 1차부도를 냈으나 어음을 돌린 동화리스에서 어음전액(87억원)을 만기 연장해 줌으로써 가까스로 최종부도의 위기는 넘겼다. 그러나 리스·할부금융등 부도유예협약 미가입금융기관들의 여신이 협약대상기업의 회생에 최대 걸림돌로 떠오르며 「협약적용이전은 은행대 종금, 협약적용기간 이후는 은행·종금대 리스·할부금융 등 제3금융권」이라는 새로운 금융권간 힘겨루기 양상이 생겨나고 있다. 자금악화설이 나도는 기업들은 우선 종금사들이 만기 어음의 기간 단축을 통해 여신회수에 나서면서 전체 여신액을 줄이지 않더라도 만기단축으로 인해 일일 결제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부도위험에 내몰리게 된다. 진로에 이어 대농, 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으로 선정되는 과정에는 여신액의 절대규모보다 기존 여신액을 경쟁적으로 회수하려는 금융권간의 여신회수 쟁탈전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일단 부도유예협약 적용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은 교환되는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더라도 당좌거래는 허용돼 정상적인 자금결제가 가능하다. 부도유예협약 대상 기관으로 처음 지정된 진로그룹은 지난 25일 협약적용기간이 끝나면서 일체의 부도유예조치는 없어진 대신 기업이 정상화될 때까지 은행·종금 등 협약가입 기관의 대출금 원금 상환을 일정기간(계열사별로 6∼14개월) 연기해 주기로 했다. 부도유예기간이 끝나자 리스·할부금융 등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금융기관들의 경우 부실여신을 회수하기 위해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의 원금일부를 상환토록 하거나 어음의 만기를 단축하는 형태로 어음회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협약 적용기간중에 교환으로 돌릴 경우 부도를 내더라도 당좌거래는 허용되지만 협약 적용기간이 끝난후에는 부도를 낼 경우 곧바로 당좌거래정지로 이어진다는 점을 이용, 앞다퉈 부실여신회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은행·종금 등 협약대상기업들이 쉽사리 해당기업을 부도내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이들 제3금융기관들이 어음을 돌리는 배경중 하나다. 지난 5월말 현재 (주)진로의 협약 미가입 금융기관 채무는 ▲보험사 1천1백93억원 ▲할부금융 2백60억원 ▲신용금고 40억원 ▲리스사 3백84억원 ▲파이낸스 2백12억원 ▲렌탈 2백60억원등 모두 2천3백4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현재 부도유예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는 대농은 ▲보험 1천6백10억원 ▲회사채 5천2백33억원, 기아그룹은 ▲종금·보험 등 제2금융권 4조5천2백10억원 ▲회사채 1조9천4백억원등이 협약 미가입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여신들이다. 진로측은 이번 동화리스의 융통어음 결제과정에서 융통어음의 상환이라는 선례를 남길 경우 자칫 여타 금융기관들의 어음상환요구 도미노현상을 우려하고 있다.<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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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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