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8·31대책] 파격적인 세제조치..문제는 없나

정부가 31일 내놓은 부동산세제 강화 방안은 부동산 투기로 인한 이익은 세금으로 반드시 환수함으로써 투기적 행태를 잠재우겠다는 원칙하에서 만들어졌다. 이번 세제조치는 예상보다 강도가 훨씬 높은 수준이어서 부동산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특히 이들 세제조치는 과거의 부동산 대책들과는 달리 공급확대 정책과 결합됐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기자들이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 세제상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데다 이런 세제조치가 앞으로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그 효과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 예상보다 강력한 세제조치 이번 세제개혁안은 지난 10.29대책이나 5.4대책에 비해 매우 강력한 수준이다. 정부가 내놓은 세제 조치는 ▲종부세의 실효세율을 2009년까지 1%로 끌어올리는등 부동산 부자들의 보유세 부담을 확대하고 ▲투기적인 1가구2주택에는 50%, 나대지에는 60%의 단일 양도세율을 적용하고 ▲그 대신, 거래세는 1.0%포인트 인하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번 대책의 상당수는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었다. 세대별 합산과세의 경우 위헌여부 논란 등으로 선택되기 어려운 카드로 관측됐었으나 최종안에 들어갔다. 정부 당국자는 "그동안 검토를 많이 했고 밀도있는 법률자문을 거친 결과 위헌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이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고 말했다. 종부세 상승률 제한폭도 기존의 50%에서 200%로 확대함으로써 사실상 상한선을폐지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 시장에서는 조세저항 등을 감안한다면상한선을 올리더라도 100%선을 뛰어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었다. 1가구2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 50%는 당정 협의과정에서 거론됐던 60%보다는 낮지만 충격적인 수준이다. 현재의 누진적 구조인 9∼36% 세율을 50%의 단일세율로 단숨에 끌어올린 데다현재 살고 있는 집 외에 추가로 주택을 갖고 있다면 투기적 성격에 해당된다는 정부의 생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세제조치에서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 더욱 무거운 세금을 부과키로 한 것도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하는 나대지의 종부세 기준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낮아지고 양도세 중과세율도 1가구2주택보다 높은 60%로 정해진 것은 토지 투기에대한 정부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법인들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중과도 예상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법인들에 양도세(법인세로 계산)를 많이 물리면 경제활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도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으나 기존의 법인세율 25%에다 특별부가세율 30%를추가해 55%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는 강력조치가 나왔다. 개인, 법인 상관없이 투기적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주택보다는 토지에 대한 투기가 훨씬 심각하다는 생각을 갖고있다"면서 "특히 토지가격 상승은 주택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토지 투기를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부동산가격 급등의 근원에 해당하는 부동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돌리는 세제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당초에 정부는 적립식 펀드에 소득공제 또는 세액공제의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현재에도 이 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데다 지수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개미투자자들을 증시로 유인했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우려 등에 따라 검토가 중단됐다. ◇ 공평과세 등에 문제는 없나 그러나 정부의 이런 강력한 세제조치가 공평과세를 확실히 지키지는 못한 것이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서민이 어렵게 돈을 모아 집 한 채를 추가로 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를 투자가 아닌 투기적 행태로 간주해 50%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있다. 게다가 6억원이상의 고가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작은 규모의주택 2채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양도세 부담이 많은 것은 과세 형평에 어긋날수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고가주택의 경우 6억원이상 초과분에 대해 9∼36%의 세율을 적용받고 최대 45%의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을 받는다"면서 "이에 비해 서민형2주택자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위헌논란을 감수하면서 굳이 종부세 합산과세를 도입한다면 토지와 나대지를합해 과세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과세 형평성을 위해 토지와 나대지를 합산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조세의 복잡성과 인프라 등을 감안해 포기했다"면서 "원칙적으로는 합산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정적 여유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탄력세율을 적용해 재산세를 깎아주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방도?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한 것도 문제다. 강남을 비롯한 부유한 지자체들이 잇따라 재산세를 내리는 `재산세 파동'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재연됐으며 내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대책이필요하다는 여론이 많은 상태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실거래가 신고제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1가구2주택 비과세 방식을 소득공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이번에 도입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 투기억제에 실효 있나 조세 전문가들은 보유세와 양도세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투기를 진정시키는데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시장은 결국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인다"면서 "세금을강하게 부과한다고 해서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매각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경기활성화를 통해 부동자금을 주식.채권시장등으로 유도해야 하고 평준화 위주의 교육제도를 개선하는 등 복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정부가 내놓을 예정인 세제조치들은 그동안 여러차례 보도됐으나 일부지역에서는 오히려 부동산가격이 오르는 현상마저 나타나고있다"면서 "세제조치로 인한 가격안정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정부의 이런 세제정책이 계속 유지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더욱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세무사는 "정부의 이런 정책방향이 계속 유지된다면 부동산을 매각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면서 "따라서는 정부는 세금정책의 방향이 변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주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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