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6일 불법ㆍ부당한 예산집행에 대해 시정명령과 감사청구권을 행사키로 한 것은 명실상부한 국회의 예산통제권 행사의지로 받아들여진다.
국회는 그동안 정부의 예산편성에 대해서는 철저한 심사를 거쳐 예산의 삭감 또는 조정 등을 통해 정부의 예산팽창을 막아왔다. 반면 정부의 예산집행 결과로 국회에 제출되는 결산보고서에 대해서는 국회의 심사가 형식에 그치고 후속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결산이 이미 예산을 써버린 상태에서 이뤄져 엄격한 심사와 후속조치의 필요성ㆍ실효성이 예산편성 심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회 결산심사 부실은 정부의 주먹구구 예산집행을 초래한 원인이 됐다. 실제로 국회가 최근 실시한 2002 회계연도 결산심사 결과 일반회계 109조6,298억원과 특별회계 67조8,175억원 등 총예산 177조4,473억원 가운데 무려 7%인 12조3,835억원이 이용(移用) 및 전용(轉用) 예산이거나 이월 또는 불용예산으로 드러났다. 이들 예산은 당초 국회승인 사업목적과 달리 집행됐거나 아예 쓰이지 않고 남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용된 것이다. 이 같은 비효율 예산규모는 전년에 비해 25.2% 증가한 것으로 총예산 증가율 7.3%의 3배가 넘는다.
국회는 정부의 이 같은 주먹구구 예산집행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결산심사를 강화, 새해 예산안 심사 때 결산심사 결과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결산심사 때
▲결산심사에서 이ㆍ전용이 지나치게 많은 사업
▲연례적인 과다이월 등 집행이 부진한 사업
▲예산을 아예 쓰지 못한 사업 등을 추적해 해당 사업에 대해서는 비효율 예산 발생분만큼 새해 예산심사 때 과감하게 예산을 삭감했다. 올해 결산심사 때는 처음으로 결산소위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결산보고서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집행 실적만 나타날 뿐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낸 예산의 집행실적은 나타나지 않아 예ㆍ결산 연계심사가 쉽지 않았다. 국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집행실적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등 보조사업자 또는 출연사업자들의 사업집행 실적을 결산서 첨부서류로 국회에 제출토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을 통합하는 국가재정법안 제정도 서두르고 있다.
국회는 이런 결산심사 강화와 함께 후속조치도 엄격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에 시정명령과 감사청구라는 고강도 처방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