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코오롱, 정리해고자와 10년 갈등… '기부'로 풀었다

이웅열 회장, 부친 별세 계기 결단

제3기관 전달로 새 상생 해법 제시

농성단, 천막 철거 일상으로 복귀

이웅열(오른쪽) 코오롱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고(故)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49재를 치른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정리해고자 대표인 최일배씨와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제공=코오롱

지난 26일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부친인 고(故)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49재를 치른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뜻밖의 참배객을 맞았다. 지난 10년 가까이 코오롱 정리해고분쇄투쟁 위원회를 이끌어온 최일배(46) 위원장이었다. 이 회장과 최 위원장은 악수와 포옹을 나눈 후 그동안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기로 했다. 이틀 후인 28일 경기 과천의 코오롱 본사 앞을 십 년째 지켜온 농성단도 천막을 철거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난 2005년부터 계속돼온 정리해고자들과의 갈등을 풀었다. 양측은 정리해고에 관한 분쟁을 모두 끝내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정리해고로 인한 갈등은 복직 등 정리해고자에 대한 보상으로 해소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코오롱과 정리해고자들의 해법은 조금 달랐다. 노사 상생·문화 발전을 위한 기부금을 제3의 기관에 전달하는 것으로 10년의 갈등을 끝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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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은 2005년 2월 경영 위기로 인해 구미·김천 공장 근로자 82명을 정리해고한 바 있다. 이후 정리해고자들의 농성이 시작됐고 이들이 성북동의 이 회장 자택에 불법침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코오롱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정당한 정리해고였기 때문에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 회장은 지난달 부친 별세를 계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 명예회장이 생전에 강조했던 '노사불이(勞使不二·노사가 한마음으로 뭉칠 때 무한한 도약을 이룰 수 있다는 뜻)'를 실천하기로 한 것이다. 1982년부터 14년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맡았던 이 명예회장은 1994년 노사협력의 기본 원칙을 확립한 '산업평화 선언'을 이끌어낸 바 있다.

코오롱 측은 기부금의 구체적인 규모나 용처는 밝히지 않았지만 "제3기관에 대한 기부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노사 상생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리해고자들 역시 별도의 성명을 통해 "우리의 외침에 대한 코오롱의 응답에 손을 맞잡기로 했다"며 "이제 10년 투쟁을 넘어 함께 희망을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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