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부럽기만 한 미국 대통령과 참모의 이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 브리핑룸. '오바마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는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느닷없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모습을 나타냈다. 기자들은 갑작스러운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에 어리둥절한 표정이 역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카니 대변인이 다음달 대변인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제이가 브리핑할 때 가장 좋아하는 말이 '오늘은 새로 발표할 인사가 없다'인데 나는 있다"며 카니와의 이별을 국민들에게 알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제이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다. 그가 무척 그리울 것 같다"며 애써 아쉬운 마음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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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는 3년 4개월 동안 오바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오바마 정부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소통창구' 역할을 했다. 카니 대변인은 지난 4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제 물러나고 싶다는 뜻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미국 국민들은 서글서글한 카니 대변인의 얼굴을 더 이상 TV화면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어깨를 감싸 안고 떠나가는 친구와 포옹하며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는 것을 보고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동고동락(同苦同樂)을 같이한 친구의 '아름다운' 퇴장에 '아름다운' 박수를 보내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듯했다.

미국 대통령과 참모가 보여준 감동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는 '우리 청와대도 저렇게 변할 수는 없을까'라고 자문해봤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의 따뜻한 포옹을 받으며 물러나는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들을 본 '아름다운' 기억이 없다. 국면 전환, 분위기 쇄신 등 각종 명분 아래 쫓겨나듯 물러나는 장관과 참모들에게 오히려 측은함이 느껴진다.

6·4지방선거가 끝나면 박근혜 대통령은 조각(組閣) 수준의 2기 내각을 구성하고 청와대 참모진도 대거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지난 1년 3개월간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한 장관과 참모들에게 '고생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따뜻한 석별의 말을 전하는 장면을 볼 수는 없을까.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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