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조지프 스티글리츠 세계은행 부총재 등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IMF가 잇따라 세계 각국의 경제처방에 실패하고, 미국 등 선진국들의 정치논리에 의해 이용되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그동안 쌓아온 IMF의 신뢰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이로 인해 세계 각국에 경제개혁을 요구해 온 IMF가 오히려 자매기관인 세계은행을 비롯한 각국으로로부터 『먼저 자체 개혁부터 추진하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0년대 중반까지 IMF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세계경제 치유기구로 인정받았지만, 한국과 브라질·러시아 등 각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이같은 믿음이 완전히 깨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적절한 개혁조절기관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급격한 개혁 및 민영화만을 요구,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국민 대다수가 극빈자로 전락했고, 자본유출과 부패도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 부총재는 이와 관련, 『IMF가 각국의 현실을 무시한 채 서구의 논리만을 적용, 빠른 민영화와 자유화만을 강조해 러시아 경제가 혼란에 빠져들었고, 신생 부유층들이 자유화를 명분으로 돈을 해외로 빼돌릴 수 있도록 도와준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IMF는 또 구소련에서 분리된 에스토니아에 루블을 계속 공식 화폐로 사용할 것을 요구했지만 에스토니아는 루블 대신 과거의 화폐인 크룬 사용을 고집, 루블 폭락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잡지는 꼬집었다.
IMF의 자금지원 조치가 경제논리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선진국의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코노미스트는 IMF가 최근 인도네시아에 자금지원 중단이라는 압력을 가해 동티모르에 국제평화유지군이 파견될 수 있도록 한 것은 명백한 정치논리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96년 러시아 선거를 앞두고 자금지원 조건을 완화한 것이나, 98년 7월 러시아에 50억달러를 쏟아부은 것도 정치적 측면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각계 전문가들은 『IMF가 신뢰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선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세계 금융안정 등 순수 경제문제만을 다루는 독립적인 기구로 거듭나야 하며, 이를 위한 개혁작업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용택기자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