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중·국책銀 연쇄인사 가능성

외환 서울은행장 전격 사퇴이갑현(李甲鉉) 외환은행장과 신억현(辛億鉉) 서울은행장 직무대행이 24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해 주총을 앞둔 은행가에 파장이 일고 있다. 외환은행장 후임 인선 결과에 따라 한국은행이나 국책은행 또는 정부당국까지 연결된 고위급 연쇄인사 가능성도 점쳐져 그 파문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두 은행장의 갑작스런 퇴진은 각각 그 배경과 상황은 다르지만 어떤 식으로든 두 은행이 정부당국의 지배 하에 있으며 앞으로의 상황도 상당부분 당국의 영향력 하에 전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그리고 있는 「밑그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홍(內訌)·리더십 부재가 외환은행장 퇴진배경=李행장이 돌연 퇴진을 선언한 것은 은행 내부의 문제가 근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그동안 외환은행 노조는 부실경영을 이유로 경영진의 대폭적인 물갈이를 요구해 왔지만 사실은 李행장의 「총기」를 흐리고 있다고 판단되는 몇몇 임원이 타깃이었다. 그러나 李행장은 오히려 행내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임원 가운데 1~2명을 퇴진시키려 했다. 대신 전직 임원들을 그 자리에 대신 앉히는 고육지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가 오히려 파행으로 치닫는 데 대해 노조측이 다시 강력히 반발해 급기야 23일 저녁 모든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고, 25일 새벽 3시 李행장과 노조측이 만났지만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李행장은 반쯤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물러나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李행장은 24일 오전 금융당국과 의견을 교환했으며 박영철(朴英哲) 이사회 의장·노조위원장 등과도 다시 접촉했지만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결국 李행장의 퇴진은 은행 내부를 다스리지 못한 데서 시작된 셈이다. 여기에 금융당국도 부실경영 은행장 퇴진의 「시범케이스」로 내심 바라던 바여서 상황을 묵인 내지 방조한 것으로 보인다. 李행장이 이처럼 모양 사납게 퇴진한 것은 일단 은행 내부의 문제인 만큼 다른 외환은행 임원들도 자리에 남아 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은행 안팎에서는 임원들이 전원 퇴진하고 새 행장이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으며 따라서 새 행장의 내부승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외환은행은 일단 25일 주총에서 새 행장을 뽑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 일단 행장직무대행 체제로 후임 행장 선출작업을 추진하게 된다. 후임 인선과 관련해 이미 금융가에서는 지난 3월 초부터 양만기(梁萬基) 수출입은행장이 외환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후임 수출입은행장으로 심훈(沈勳) 한국은행 부총재 또는 정건용(鄭健溶) ASEM 준비기획단장이 갈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았다. ◇금융당국 서울은행 처리 결단 임박=辛행장대행의 갑작스런 퇴진은 금융당국의 지시에 의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23일 대통령 업무보고 후 『당분간 辛 행장대행 체제로 끌고가면서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공언했던 금감위측이 하루 만에 방침을 번복해 辛대행을 퇴임시킨 것은 대통령 보고 후 「속전속결」을 위해 모종의 결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은행 처리문제를 고심해오던 당국이 서울은행장 후보를 내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최근 서울은행 처리 관련 진행상황을 보면 당국이 서울은행장으로 외국인보다는 국내 인물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 일각에서는 『국민은행 사례를 참고하라』는 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전문 경영인보다는 금융당국 또는 정부관료 출신 등 정부와 한몸이 돼 움직일 수 있는 경영자를 내정해두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결국 금융당국은 외국인 경영자의 영입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도이체방크 등의 경영지도를 받는 방안도 매우 복잡한 절차와 조건들이 전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다 빠르고 현실적인 처리를 위해 과감히 새 행장을 선임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이 경우 서울은행을 독립적으로 경영정상화 시키는 프로그램보다는 타 행과의 합병 등을 통한 과격한 정리방안이 모색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새 행장체제가 도이체방크 등과의 협상이 끝나기까지의 과도체제로 운영될 수도 있겠지만 당국의 전격적인 방침 번복을 보면 아무래도 전자의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추측이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3/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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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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