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이제 건설업계가 답할 때다


0.8대1과 5.73대1. 최근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아파트에서 나타난 청약 결과다. 앞의 경쟁률은 6개 업체가 참여한 3차 합동분양 성적이고 뒤의 결과는 바로 한 주 뒤 포스코건설의 단독분양 경쟁률이다. 똑같은 동탄2신도시 아파트임에도 소비자들이 이처럼 상반된 반응을 보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가격이다.

3월 초 3차 합동분양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시범단지 내 아파트는 단 한 곳도 없었음에도 업체들이 분양가를 예상보다 높게 책정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나마 가장 브랜드 인지도가 높았던 대우건설이 3.3㎡당 900만원대의 가격 차별화에 나섰을 뿐 나머지 업체들은 높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스스로 대규모 미달사태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곧바로 단독분양에 나섰던 포스코건설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도 비교적 저렴한 분양가를 책정해 자칫 멀어질 수 있었던 청약자들의 발길을 되돌렸다. 포스코건설에 이어 분양에 나섰던 반도건설 역시 시범지구 내 아파트 중 가장 저렴한 분양가로 돌아섰던 수요자들의 관심을 이어갈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당시 합동분양에 참여했던 일부 업체들이 가격을 다소 높게 책정하면서 '만약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미분양 할인에 나서면 된다'는 전략을 세웠다는 후문도 들린다.

박근혜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1일 발표됐다. 긍정적ㆍ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침체된 시장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책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신축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등 그동안 업계가 꾸준히 요구해왔던 방안들이 상당수 포함돼 박근혜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언 발에 오줌누기식'으로 일관했던 이명박 정부 때와는 차별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낳고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정부 대책으로 시장이 갑자기 살아나서 집값이 뛰고 너도나도 집을 사기 위해 몰려드는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어느 정도 기대심리를 회복시켜 거래의 숨통을 틔울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불투명하다 보니 물줄기를 바꿔놓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대책 직전 정부의 경제정책기조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부동산시장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한 부동산 침체는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변화의 속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다. 전셋값이 매매가의 70%에 육박하고 있음에도 집을 사려는 매수심리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올 들어 강남권 재건축단지 일부에서 집값 회복세를 보이면서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일부 지역에 국한된 상황일 뿐이다. 강남권만 벗어나면 여전히 거래시장은 한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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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지가 조사한 상위 100대 건설사들의 재무제표 분석 결과는 많은 것을 시사하게 한다. 이른바 부동산 활황기에 가장 활발한 주택사업을 벌였던 시공능력평가액 21~40위권 업체들의 차입금 의존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21~30위권 업체들은 무려 373%에 달하고 31~40위권도 254%나 됐다. 10위 이내의 대형 업체(55%)는 차치하고라도 51~80위권 업체들의 차입금 의존도가 100%를 넘지 않는 것과 비교해도 재무구조가 가장 취약하다. 언제든 잘못된 사업 판단 한번이면 회사가 부도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건설업계의 사업 방식은 여전히 과거 그대로다. 비전문가조차 고개를 갸웃거리는 가격을 책정해놓고 운이 좋아 팔리기를 기대하고 있는 업체가 부지기수다.

업계도 이제 제대로 고민을 할 때다. 언제까지 부동산시장이 죽으면 정부의 정책 탓을 하며 대책을 기다리는 천수답 경영만 반복할 것인가.

시장, 그리고 소비자는 냉정하다. 냉정한 소비자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그들의 마음을 끄는 매력적인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파는 것이다. 정부 정책만으로 시장을 살릴 수는 없다. 이제 건설업계가 응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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