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유명무실한 임기제

지난해 마지막 날, 갑작스런 개각이 이뤄졌다. 그 중에는 임기가 아직 1년 이상 남아 있는 공정거래위원장과 금융위원장에 대한 인사도 포함됐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무성한 뒷말을 남겼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이례적으로 한꺼번에 물러났다. 그리고 새로 부임한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대통령과 대학교 동문이자 서로 1년 선후배 사이라는 점, 부위원장이 TK 출신이라는 점에서 '고소영(고대ㆍ소망교회ㆍ영남)' 인사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러나 또 하나 빠트리지 말아야 할 대목은 임기제에 대한 철저한 무시가 이번 인사에서도반복됐다는 점이다. 임기제가 필요한 이유는 현재 임기제가 시행중인 부처를 보면 알 수 있다. 감사원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검찰총장 등 외압에도 흔들림 없이 공명정대하게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자리는 임기제를 도입하고 있다. 또 독립적인 통화정책 운용을 책임지는 한은 총재의 임기는 4년이다. 정부부처 중에 임기제를 도입한 경우는 공정위, 금융위, 방통통신위 등과 같이 조직의 독립성과 안정성이 필요한 부처들이다. 공정위의 경우 담합, 불공정사건 등에 대한 조사, 심의, 제재와 같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금융위 역시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 인허가 권한을 갖고 있다. 방통위 역시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다. 이 같은 위원회 수장에 대한 임기제 도입의 취지는 비록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이지만 한번 임명되면 소신있게 업무를 처리하고 공정하게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임기는 다른 장차관들과 마찬가지로 취급돼 왔다. 공정위의 경우는 정권이 바뀌면서도 임기를 지켰던 전윤철 위원장과 강철규 위원장이 유이(有二)하다. 금융위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유일하다. 물론 이 정부에서만 유난한 일은 아니다. 임기말로 갈수록 자리를 줘야 할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잦은 수장교체는 어느 정부 후반기에서나 벌어졌던 일이다. 이럴 바에는 유명무실한 임기제를 없애는 대신, 다른 보완 장치를 만드는 것이 낫다. 그게 아니라면 임기제란 그 임기내에는 언제라도 바꿀 수 있다는 취지(?)라는 점을 명확히 하던가 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