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힘든 상황 사람들엔 용기를 중장년층엔 향수를 줬으면…"

중졸 일용직 노동자였던 40대 남성이 소설 ‘고역열차’로 일본 제일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수상해 화제…국내 출간 기념 방한


“7년 동안 글을 써왔는데 그동안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이번 상을 받으면서 사랑을 받고 한국에도 오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덥수룩한 수염에 허름한 남방을 입은 중년의 일본 작가가 일어나 꾸벅 인사를 했다. 지난 1월 신인 작가상으로는 일본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아쿠타가와상에 당선돼 일본 문학계를 발칵 뒤집은 주인공이었다. 성범죄를 저질러 가정을 파탄 낸 아버지로 인해 세상에 등을 지고 고등학교도 진학하지 않은 채 경비원, 트럭 운전수, 배달원 등 일용직으로 하루 하루를 살던 작가 니시무라 겐타(44ㆍ사진)는 소설보다 극적인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쓴 후 세상과 다시 만났다. 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역열차’의 한국 출간 기념 기자회견에서 그를 만났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어’ 라고 말해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 기자회견 내내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자신의 첫 해외 여행이자 첫 방한의 소감을 묻자 “세관과 호텔에서 심문받는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역 열차’는 삶이 고역이었던 작가의 밑바닥 인생이 구구절절 담긴 작품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내는 일본 문학의 독특한 형식인 ‘사소설(私小說)’ 장르로, 출구 없는 삶에서 문학만을 희망으로 살아온 겐타의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간타는 딱 열흘 전에 만 열아홉이 되었는데, 아직도 변함없이 일용 항만 노동일로 생계를 꾸린다.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지금까지 도무지 진보도 발전도 없이 일당 5천5백 엔에 매달려 살아가는 서글픈 하루살이 인생이다(본문 중에서)’ 하루살이처럼 산 그이지만 20대 때 읽은 후지사와 세이조의 소설을 읽고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 작가는 자기를 파멸로 이끈 사람이에요.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이 꼴로 살아도 되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죠.” 2003년 한 상업 잡지에 글을 실으며 등단한 그는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작품을 써 왔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올해 아쿠타가와상에 당선되며 일본 문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그의 글이 실린 계간지 ‘문예춘추’는 80만부가, 단행본은 20만부가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한 것. 독자의 80% 가량이 중ㆍ장년층이라고 설명한 그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세대의 독자 층이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향수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당선 상금으로 3,500만엔을 받았다고 한다. 성범죄를 저지른 아버지 때문에 가정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그는 “앞으로도 글을 쓰고 내 글이 사람들에게 읽히는 게 내가 바라는 전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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