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교묘한 탈세.분식 만연

유령회사통해 세금 빼먹고 시가 평가제로 이익부풀려손실은 감추고 순익을 부풀리는 분식회계는 후진국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스탠더드 미국에서도 성행하고 있음이 최근 엔론 사태는 말해주고 있다. 투명한 회계는 미국이 국제사회에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중의 하나. 그러나 미국이 그 불투명한 거래의 온상이 되고 있다. 미국내 기업들이 자사의 회계를 조작키 위해 내세우는 갖가지 방법은 교묘히 합법을 가장하고 있어 더욱 충격적인 일로 비춰지고 있다. 분식회계에다 부시정권과의 유착의혹을 받고 있는 엔론사는 케이먼 군도에 692곳의 회사를 만들어 최근 몇 년간의 미 정부에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은 경로로 이용했다. 엔론이 이곳에 만든 회사는 회계상 SPV(Special Purpose Vehicle, 특수목적회사)라고 불리우는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유령 회사). 엔론은 또 이들 회사들과 주식과 실물자산 현금을 주고 받는 복잡한 거래를 통해 부채와 손실은 이들 회사에 넘기고 자사의 이익은 실제보다 부풀렸다. 엔론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실제보다 돋보인 것은 물론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SPV가 절세 등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미국기업들의 탈세와 분식회계의 온상의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 상원이 의뢰해 실시한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SPV를 이용해 한해 세금을 700억달러나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미 기업들의 시가평가 회계(mark-to-market accounting)도 분식회계의 주범으로 꼽힌다. 원자재 선물 거래가 필수적인 에너지 기업들에서 주로 행해지는 있는 이 방식의 본래 목적은 선물계약을 특정시점의 현물가격으로 반영하자는 것. 하지만 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의 손실을 감추거나 거래차익을 과대 계상하는 편법으로 유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엔론의 파산보호 신청후, 몇몇기업들이 스스로 시가평가 회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실제 에너지기업 마이런트는 시가평가 회계를 향후 2년내 단기물 거래에만 적용하고 총매출의 20%를 넘지 않도록 했다. 이밖에 장부외 거래(off-balance transaction)도 있다. 이 방식은 상계처리 등 교묘한 방법을 통해 부채를 장부에서 없애 버리는 것인데 자기자본 비율 강화의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아메리칸에어라인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를 수십억달러를 갚아야 하지만 장부에는 부채로 잡지 않고 있다.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제도도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식회계를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성을 지켜야 할 사외이사들이 해당기업과 직간접적인 이해 관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운 타이코는 부실기업인수시 사외이사들을 돈으로 구워 삶은 것으로 전해졌다. 데라웨어대의 기업지배구조 담당인 찰스 울러드는 "사외이사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는 독립성에 있다"며 "그러나 이들 사외이사와 경영진 사이는 밀착돼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엔론 사태를 계기로 스스로 커다란 허점을 안고 있었음이 발견돼 충격을 받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분식회계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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