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守城 중대고비제너럴 모터스(GM)의 등장으로 앞으로 한국 자동차시장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든 무한경쟁이 펼쳐지게 됐다.
지금까지는 시장의 절반 이상을 독식한 현대ㆍ기아차가 선두업체의 프리미엄으로 후발주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하지만 'GM연맹' 일원이 된 대우차도 짧은 기간 안에 기술력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데다 공격 마케팅의 걸림돌이었던 자금동원 문제도 해소돼 선발주자를 맹렬히 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 역시 올들어 택시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월간 판매량 7,000대를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의 판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3년간이 '절대강자의 시대'를 종식시킬 것인지 아니면 '한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현대ㆍ기아차의 수성이 성공할지를 판가름할 중대고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선발주자에는 뭔가 다른 게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GM의 등장을 오래 전부터 예견했다.그만큼 준비도 철저히 했다.
현대ㆍ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선두업체는 수년간 누적된 기업 이미지는 물론 상대적으로 폭넓은 영업 및 AS망 등을 수요자들이 원하는 일정 수준 이상 이미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광범하게 형성된 고정수요층 등 '1위 프리미엄'을 적절하게만 활용하더라도 2~3위 업체들의 추월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담겨 있다.
게다가 현대와 기아는 한식구가 되면서 생산라인ㆍ부품 등을 상당부분 일원화시켜 원가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는 상황. 실제로 최근 1년새 나온 양사의 신차종들은 차체만 틀릴 뿐 하부구조는 똑같다.
전문가들은 "통상 자동차 신모델 개발에는 3,000억~4,000억원 가량이 들어간다"며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의 신모델 차종을 개발하는 데 합해서 5,000억원 정도면 가능해 여타 메이저들이 쉽사리 넘볼 수 없는 원가경쟁력을 갖춰놓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자신감에는 최근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로 상용차 엔진 합작법인을 출범시키면서 선진기술 및 마케팅 기법 도입창구도 확보, GM-대우와 르노삼성의 시장잠식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 100년 노하우의 GM-대우
GM의 대우차 인수는 아시아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빠른 속도로 개선되는 생산효율성도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우차 관계자는 "GM은 사실상 4년 넘게 대우차에 대해 실사를 해왔다"며 "매년 실사단이 현장을 파악할 때마다 생산능력과 효율성이 개선되는 것에 감탄하더라"고 전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GM에도 대우차의 생산실적이 상당히 경이로웠다는 말이다.
그는 "GM의 선진기술을 흡수하고 그동안 특장점으로 발전시켜온 생산효율성을 결합하면 과거와는 다른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미 확보된 대우차의 판매망(국내 직영 220개, 딜러 546개)과 AS망(직영 및 지정정비업체 522개)을 조금만 개선시키면 전국적으로 탄탄한 영업기반을 단기간에 마련할 수 있다는 점, '대우서포터스'의 호응 등이 가세하고 있다.
GM으로 넘어가기 직전 최근 5개월간 대우차가 연속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점, 지난 8월30일 노사 공동으로 '무분규ㆍ무쟁의'를 선언하던 위기의식 등도 응집력을 높이는 요소다.
전문가들은 "자금력이 충분한 GM이 금융조건을 완화하거나 리스 등의 방식으로 내수시장을 적극 공략해나간다면 선발 현대ㆍ기아차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걸음씩 다져나간다
한국생활 1년째를 맞은 르노삼성은 GM의 등장과 무관하게 차분히 제갈길을 간다는 전략이다.
르노삼성이 가장 주력하는 것은 내부조직 추스르기와 영업망 확충 및 정비. 출범 당시 전국적으로 40개에 불과했던 영업망이 현재는 80여개로 늘어났으며 연말까지 이를 100개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직영 정비업체도 신설, 보강해나가기 시작해 AS정비업체는 직영사업소를 포함해 전국 300여개소를 확보했다.
특히 정비교육을 이수한 경정비업체도 전국 1,700여개소에 달하며 부품대리점도 100개 이상 연결돼 24시간 부품조달 시스템을 구축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아직은 부품조달이나 AS 등에 대해 소비자들의 확신을 좀더 높여야 할 시점"이라며 "기업의 영속성, 차종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걸음씩 소비자에 다가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김형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