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처변불경/김진만 한미은행장(로터리)

미국이 중국과의 외교정상화 조건을 이행하기 위하여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였을 때 대만국민이 미국의 배신행위를 성토하며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였는데 미국에 대한 비난구호와 함께 스스로의 변화를 다짐하는 구호가 처변불경이었다. 변화에 대해 의연한 대응을 한다는 뜻이다.국제관계란 겉으로는 온갖 수식어를 늘어놓으며 합리화하지만 속으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자비할 정도로 냉혹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현실속에서 각 국가의 최후 보루는 자국민의 단합된 노력뿐임은 너무나도 분명한 역사적 교훈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운 사정은 어떤 면에서는 예정된 코스라고 봐야할 지도 모른다. 우리가 세계를 무대로 비즈니스를 펼쳐서 국가경제를 이만큼이나 일으켰으니 호혜주의 원칙에서라도 당연히 우리시장을 내어주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문제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일반국민 등 모든 경제주체가 언젠가는 오늘날과 같은 개방경제체제의 수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을 감지하면서도 그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국방부문에 대해서 유비무환이라는 확고한 철학으로 대비를 해왔으며 우리 힘이 부족한 부문에 대해서는 우방과의 동맹관계를 두텁게 하여 왔다. 그러나 경제부문은 달랐다. 지금까지 여러차례 우리경제의 한계점이 노출되었으며 국내외 전문가들이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점과 그 개선책에 대하여 충고와 조언을 했으나 일부는 당장 형편이 어려워서, 어떤 경우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문제해결을 미루어온 것이며 「음주운전자의 난폭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리한 운행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타의에 의해서라도 경제운영의 많은 부분을 개혁해야 한다. 세계는 너무 빨리 변하고 있으며 그와 똑같은 속도이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낙오된다. 우리는 그러한 변화에 더하여 과거에 미루어왔던 변화까지도 한꺼번에 이루어내야 할 판이다. 앞으로 얼마간은 숨이 턱끝까지 차도록 힘겨운 달리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매사가 순조롭지 않을 때는 허둥댈지도 모른다. 이떠한 경우든 대만사람들의 지혜로운 위기극복의 자세를 되새겨보자. 처변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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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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