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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20년째 길 잃은 민간투자사업

MRG 대체할 MCC 도입… 민관 리스크 분담 장치 필요<br>추가 재정부담 증가 이유로 MRG 폐지·사업규모 축소<br>투자액도 줄어 수년째 표류<br>재정·민자 혼합해 손익 나눌 새로운 사업모델 적극 개발<br>민자사업 활성화 유도해야

민간투자사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자동차들이 시원스럽게 내달리고 있다. 개통 4년 만에 누적통행량이 1억대를 돌파하는 등 당초 계획량 대비 실제 이용량이 크게 늘면서 2015년이면 정부 지원이 필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제DB



부족한 정부재정을 보완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시설을 적기에 공급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민자사업이 올해로 도입 20년째를 맞았지만 안착화되기는커녕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일부 민자사업의 부실한 수요예측과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에 따른 추가 재정지원이 발생하면서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탓이다. 하지만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민자사업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버리기 힘든 카드다. 복지 분야에 막대한 재정과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민자사업은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위한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길 잃은 민간투자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MRG를 대체할 최소비용보전방식(Minimum Cost CompensationㆍMCC) 도입 등 민관이 리스크를 분담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MRG 폐지로 민자사업 침체일로=1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사업건수 120건, 투자규모 11조4,000억원이던 민자사업은 지난해 각각 30건과 5조5,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SOC 재정투자에서 민자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8.5%에서 11.7%로 감소했다.

민자사업이 위축된 원인은 무엇보다 MRG 폐지가 결정적이었다. 정부는 MRG 지급에 따른 재정부담 증가를 이유로 2003년부터 보장기간 및 보장수익을 줄이기 시작했고 2006년 민간제안사업, 2009년에는 정부고시사업에서 MRG를 폐지했다. 또 건설보조금을 축소하고 자금재조달에 따른 이익공유를 요구하는 등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민간투자제도를 운영했다. 당연히 민자사업의 리스크는 커지고 수익률은 크게 하락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28개 민자고속도로의 평균 수익률은 2000년 9.52%에서 2008년 5.34%로 떨어졌다.

고위험 저수익 사업에 금융기관들이 투자(대출)를 꺼리면서 많은 신규 민자사업들이 금융약정이 체결되지 않아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MRG가 존재하는 기존 민자사업도 지자체들이 MRG 수준 인하를 민간 사업자에 요구하면서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용인경전철과 부산~김해경전철, 인천시 3개 민자터널 등이 대표적 사례다.

민간 사업자들은 정부가 재정방어적 민간투자정책을 통해 모든 위험을 투자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A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기존 사업도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는데 민간 사업자들이 신규 사업에 투자할 리 만무하다"며 "위험 분담과 이익 공유를 둘러싸고 정부와 민간의 입장 차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ㆍ민간 사업자 간 위험 분담이 활성화 핵심=이런 가운데 복지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중앙정부가 SOC 예산을 삭감하기로 하면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 여력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지자체와 공기업의 재정 여건도 열악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SOC 투자를 위해 민자사업 활성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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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도 지난 7월 지역공약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임대형민자사업(BTL)에 민간제한을 허용하고 부대사업별 이익공유수준의 차등화, 사업시행자의 토지 선보상 지원, 수익보장방식의 비용보전방식으로의 전환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박용석 건산연 연구위원은 "보다 다양한 민자사업 제안이 가능해지고 사업위험이 다소 줄어 신규 민자사업 활성화에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신규 민자사업을 추진할 때 공공과 민간이 투자위험을 공유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민자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사업자의 위험을 나눠지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2009년 MRG를 폐지하면서 투자위험 분담방식을 도입하고 이를 정부고시사업에만 적용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익형민자사업(BTO)의 경우 정부고시사업은 거의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낮고 투자위험분담금의 보장범위도 MRG의 30~40% 수준이어서 금융기관의 투자 유인책으로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MRG 폐지로 리스크가 커진 상태에서 물가인상에 따른 요금인상도 여의치 않는 등 민자사업의 위험부담을 투자자가 모두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민자 사업자들의 요구는 MRG를 부활시켜 고수익을 얻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다양한 민자사업을 적극 개발해 투자 위험을 어느 정도 분담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민자사업에서 최소수입보장이 아니라 최소비용을 보전해주는 방식(MCC)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BTO 방식의 민간투자 방식을 유지하면서 연간 실제 운영수입이 사업시행자의 연간 최소사업운영비에 부족할 경우 그 부족분을 주무관청이 재정지원하는 방식이다. 과거 MRG 방식의 BTO 사업이 평균 11~12%의 고수익을 올린 데 반해 이 방식은 5%대로 낮지만 수요 부족시 무상사용 기간 연장, 3년마다 5% 이내 요금인상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위험 중수익 구조인 셈이다.

송병록 코리아인프라스트럭처 대표는 "이제는 민간이 막대한 이윤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재정과 민자를 적절히 혼합해 리스크를 서로 분담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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