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 활성화의 조건

지난해 말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행된 소폭 개각이 한동안 화제거리가 됐다. 이른바 `코드인사`라는 선입견을 뛰어넘은 예상밖의 인선에 대한 일종의 신선한 충격 같은 것이었다. 능력이나 인품 면에서 충분히 검증된 인사를 발탁했다는 점이 돋보인데다 특히 산업자원부 장관과 대통령의 지근인 청와대 정책실장에 정통 경제관료를 임명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 같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개혁성향이 강한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구시대 인물이니 반개혁적이니 하는 특유의 시비가 따르지 않았던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잘된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분위기에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정서는 검증되지 않은 아마추어보다는 경륜을 갖춘 전문가를 선호한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경제 활성화에 대한 강한 기대감도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2%대의 저성장 속에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 터져나올 정도로 경제난이 심화됐다. 신용카드사 부실로 인한 금융불안이 증폭된 가운데 국내소비와 기업투자가 위축되고 끊이지 않는 대규모 파업사태 등으로 경제는 진이 빠질 대로 빠진 형국이다. 성장률이 추락하고 국가적 현안으로 떠오른 청년실업 문제는 심각한 경제난의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가 목적이라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표면적인 현상에 대한 대증요법보다는 한국병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 처방하는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진단이 가능하겠지만 우리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일자리 창출이 멈춘 가장 큰 원인은 기업들의 의욕상실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고질적인 노동불안과 기업규제에 더해 정권교체기의 정책불안 등으로 기업환경이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경제 활성화에 대한 해법은 기업환경을 개선해 기업이 의욕을 갖고 뛸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서 찾아야 한다. 기업환경의 개선은 기본적으로 게임 규칙을 만들고 집행하는 정부의 몫이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이 잘되고 일류기업이 많이 나와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참여정부가 구상하는 동북아 중심지도 가능하다`는 인식부터 가져야 한다. 불법 정치자금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불거졌다고 해서 기업을 싸잡아 매도할 이유는 없다. 법적인 문제는 상시적으로 처리해나가면 된다. 기업의 입장에서 정부는 규제자와 지원자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기업을 국내에 붙들고 신바람 나서 기업활동을 하게 만들려면 지원자의 역할에 더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기업환경을 좋게 만들고 기업의욕을 북돋우는 일은 어려운 일도, 비용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다. 가령 대통령이 경제에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할애하고 관련부처에 힘을 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관료집단, 특히 경제관료들만큼 우수하고 규율이 확립된 집단도 드물다. 사명감이 높을 뿐 아니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추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개발연대의 고도성장기에서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구조조정기에 이르기까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왔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관료집단의 역량을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발휘하게 만드느냐는 거의 전적으로 최고통치자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1년 동안 국정의 큰 틀과 방향은 잡힌 것으로 보인다. 지역균형발전과 동북아 중심지라는 참여정부의 국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경제와 기업에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경제대통령이 되는 것만큼 경제활성화를 위해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논설위원(경영博) srpark@sed.co.kr <논설위원(경영博) sr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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