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기업들 사업체분리 바람

시너지효과 미미.회계 투명성 확보위해지난 90년대 몸집 불리기 열풍에 휩싸였던 미국 기업들이 최근에는 정반대로 기업 분할(사업체 분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7일 90년대 M&A 시장의 큰 손이었던 타이코 인터내셔널 등 주요 미국 기업들이 잇달아 사업부문 분리로 경영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에 따르면 분사와 계열사 매각 등의 사업체 분리는 지난해 전체 M&A 시장에서 35%를 차지, 2000년 21%와 1999년의 22%를 크게 넘어섰다. 또 올 1월 한달 동안에도 분사 계획이 7건이나 발표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4건보다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같은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은 지난 수년간 500억 달러 가량을 기업 인수에 투입하며 몸집 불리기에 주력했던 타이코사. 이 회사는 최근 회사를 4개 부문으로 나누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타이코의 최고경영자(CEO)인 데니스 코즐로브스키는 "기업을 분할하는 것이 원래의 덩치를 유지하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즐로브스키는 지난 90년대 이와는 정반대의 말을 했었다. 시티그룹 역시 금융 서비스 기업을 목표로 지난 98년에 인수했던 트래블러스 보험 사업을 분사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통신업체인 AT&T, 제약업체인 머크 등이 90년대 인수했던 기업에 대해 분사를 계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예상만큼 크게 나타나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사업 부문에 대한 분사ㆍ매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샌포드 웨일 시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분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보험사업이 다른 사업 부문만큼 수익성이 좋지 않으며, 보험ㆍ금융 상품의 교차 판매를 통한 시너지 효과 역시 적었다"고 밝혔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대다수 기업이 기업 인수 이후 매출 규모가 그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고 6일 전했다. 엔론 사태 이후 회계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업체 분리가 러시를 이루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업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 그러나 시카고대학의 금융 담당 교수인 스티븐 카플란은 "최근 기업들의 분사ㆍ매각이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는 기업 인수가 상대적으로 크게 위축됐기 때문에 벌어지는 착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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