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요청으로 조정위한 패널 설치돌입미국발 철강 분쟁이 WTO(세계무역기구)에서의 분쟁 조정을 위한 패널 설치 단계로 접어들었다.
미 정부의 철강 세이프가드에 이은 각국의 잇따른 보복관세 발동이라는 양측간의 전초전이 일단 종결되고, WTO가 분쟁 해결을 위한 총대를 쥔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WTO에서의 분쟁 해결은 WTO 체재하의 향후 다자간 무역 질서 확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분쟁 해결 절차
지난 95년 WTO 출범 이후 최대 위기로 지적되는 이번 철강분쟁 해결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된다.
즉, WTO체제에서 처음으로 시행되는 분쟁해결기구(DSB)에 의한 분쟁처리 절차를 밟는 수순과 WTO 세이프가드 협정에 의거한 보상요구 및 ‘관세양허중지(suspension of concession)’으로 표현되는 보복조치의 수순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다.
세이프가드 협정에 규정된 보복조치의 정당성에 관해서는 일부 해석상의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EUㆍ일본ㆍ중국이 고율관세 부과를 통한 수입규제 조치는 세이프가드협정에근거를 두고 있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143개회원국중 가장 먼저 WTO에 제소한 EU는 22일 DSB 정례회의에서 1차 패널설치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패널은 서비스무역에 대한 일반협정(GATS) 및 수입허가 절차에 관한 협정 위반 여부에 대한 1차 판결을 내린다. 1차 평결에 불복하는 당사국은 WTO 상소기구에 항고할 수 있는데, 항소기구의 판결은 최종판결이 된다.
▶ 다자(多者) 체제에 시금석될 듯
이번 분쟁의 실질적 당사국인 미국과 EU는 그간 철강 분야외에도 바나나 분쟁, 호르몬 쇠고기 분쟁 등 거의 모든 무역 분야에서 첨예한 갈등양상을 보였다.
특히 바나나수입과 관련, EU가 WTO의 권고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음에 따라 미국이 EU에 대해 보복관세 조치를 내리는 등 갈등양상이 커진 바 있다.
결국 WTO의 분쟁 해결 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을 물론 안정적인 다자간 무역체제 확립 및 DSB의 존립 자체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었다.
따라서 이번 철강분쟁에서는 WTO가 누구의 손을 들어 줄 것이며 당사국이 WTO의 판결을 어떤 식으로 수용할 것 인지가 관심의 초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번에는 미국과 EU외에도 일본, 중국 등 여타 경제대국들도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이번 WTO에서의 철강분쟁 해결은 WTO 체제의 신뢰성 구축과 다자간 무역체제 확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