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세계 경제블록 통합.협력 '급물살'

과거 인접 지역중심의 통합에서 벗어나 대륙간 통합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으며 같은 대륙내에서도 소규모 블록간의 이합집산이 거듭되고 있다. 세계의 경제지도가 완전히 재편되는 셈이다.현재 경제블록은 모두 16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절반이상이 90년 이후, 3분의 1은 다자간 협력체제인 WTO가 출범했던 95년 1월이후 탄생했다. WTO(세계무역기구)로 대변되는 무역 자유화의 한편에서 오히려 지역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권역별로 주요 블록간의 통합·협력움직임을 살펴본다. ◇미주=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와 남미공동시장(MERCOSUR)가 지역통합의 축을 이룬채 장기적으로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로 수렴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94년 출범한 NAFTA 성공에 고무받아 「북미대륙 알래스카에서 남미대륙 남단의 파타고니아까지」를 기치로 내걸고 미주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FTAA를 오는 2005년까지 창설한다는 야심을 키우고 있다. 쿠바를 제외한 34개국이 참여할 FTAA가 탄생하면 인구 8억명, 국내총생산(GDP) 9조9,000억달러를 자랑하며 세계 최대 경제블록으로 부상하게 된다. 또 남미 최대의 경제블록인 메르코수르는 인접 경제블록을 흡수 통합시켜 2000년대초 남미 전지역을 망라한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키로 합의했다. 미국의 입김을 배제한채 남미만의 독자적인 경제 블록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중남미에는 메르코수르를 비롯해 지난 중미공동시장(CACM), 카리브해 경제공동체(CARICOM), 안데스공동체(ANDEAN) 등 4개의 경제블록이 형성되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 60년대에 창설됐다. ◇아시아= 32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최대의 경제블록이다. 아세안은 「메콩의 단일경제권」을 꿈꾸면서 태국 필리핀 등 5개국으로 출범한 이후 97년에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을 편입시켰다. 이 때문에 「아세안10」으로도 불리우고 있으며 동남아 전체를 세력권으로 넣는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아세안은 미국과 일본에 예속되지 않는 신(新)아세안 노선을 내걸고 2003년출범을 목표로 아세안 자유무역지대(AFTA) 창설을 추진중이다. 관세를 우선 5%로 낮추는데 이어 2018년까지 완전 무관세를 실현하고 장기적으로 동아시아 경제블록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인구 5억, 세계 교역량의 8%를 차지하는 대규모 지역블록으로 부상하게 된다. 「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체제가 경제블록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한국 등 3국 정부는 경제협력 공동연구와 업종별 민간협의회 구성을 논의하는 등 단일 경제협력체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아·태경제협력체(APEC)가 또다른 경제블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APEC이 블록화할 경우 전세계 인구의 52%, GDP 63%를 점유하는 거대 블록이 탄생하게 된다. ◇유럽= 현재 경제블록 확장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곳이 바로 유럽쪽이다. 유럽은 올해 출범한 단일통화를 발판으로 삼아 다른 블록과의 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동유럽과 유럽협정을 체결, 자유무역지대를 구축하고 북아프리카 및 남미와도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NAFTA 창설과 범미주 통합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초 메르코수르와 합병, 범대서양 슈퍼 블록을 창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양 블록의 통합이 완성되면 GNP 9조 달러, 인구 5억8,000 만명의 거대시장을 형성, 미국이 제안한 FTAA와 맞먹게 된다. EU는 또 과거 유럽의 식민지국가들로 구성된 아시아·카리브 태평양그룹(ACWP) 71개국과 상호 무역협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양자간 통합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중동·아프리카= 중동과 아프리카는 경제적 낙후에서 벗어나기 위해 뒤늦게나마 경제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랍의회연맹(APU)은 대내외의 경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아랍공동시장 창설을 추진중이다. 또 세계 원유시장을 좌우하는 걸프만협력회의(GCC)는 지난해 인도양 연안국 경제협력체를 결성했다. 아프리카와 남미 경제블록간의 「남(南)-남(南)」협력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메르코수르와 남아공을 중심으로한 남부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는 지난해부터 각료급 회담을 갖고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중이며 서부아프리카경제통화동맹(UEMOA) 등도 다자간 협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케냐 등 동아프리카지역 국가들은 지난달말 동부아프리카공동체(EAC)를 창설, 4년내에 단일시장과 단일통화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전망 및 과제= 수많은 블록들이 명실상부한 경제공동체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숱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다양한 회원국간의 경제·문화적 격차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공동의 목소리를 낸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관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은 편이다. 미국이 FTAA 창설을 주창하고 있지만 브라질 등은 오히려 미국에 대한 경제적 예속을 우려해 이를 꺼리고 있는 것도 단적인 예다. 자칫 잘못하면 특정 강대국 위주로 경제구도가 변질될 수도 있다. 또 경제블록의 경쟁적인 통합 움직임이 지역간 대립양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EU가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나 일본의 엔블록 구상은 바로 미국의 주도권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이 때문에 경제 통합이 블록내 무역을 촉진시키고 세계 경제의 균형 성장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또다른 무역분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상범기자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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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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