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부는 심기일전하라(사설)

12·20 개각에 이어 24일 14개부처 및 청의 차관급 인사가 단행됐다. 지난번 개각의 두드러진 성격은 통산부장관의 경질로 상징되는 「신경제」 실패에 대한 인책과 함께 심기일전의 자세로 경제회복에 나서자는 것이었다. 정책의 실무책임자인 차관급 인사에서도 그같은 경제중시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경제정책의 본산인 재경원 출신들을 부처 및 외청에 대거 발탁기용한 점이 그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총리행정조정실장을 비롯 5명이나 기용됐고 기존의 교육부 보건복지부차관을 포함하면 7명의 재경원출신이 차관급에 포진해 있다. 재경원은 정부내에서도 인공위성 공무원이 가장 많은데다 견제장치가 없는 공룡의 부로 인식되고 있는 터라 이번 인사에서도 그같은 위세에 걸맞게 요직을 「독식」한 셈이다. 현 경제위기의 본질인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통산정책의 강화가 절실한 상황인데 차관인사에서 통상전문가가 아닌 세제통이 기용됨으로써 아귀가 안맞는 인상을 주고 있다. 또 현정부의 인사에서 늘 지적돼 온 것중 하나가 지역편중 문제였는데 차관급 인사에서도 부산경남 출신 인사가 6명으로 가장 많아 그런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지금의 경제난에 관한한 공무원들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소신도 원칙도 일관성도 결여된 정책이 경쟁력강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민간에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말하면서도 정부가 솔선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책은 갈팡질팡이고, 규제철폐 요구에는 귀를 막고 있으며, 부처이기주의만 판을 치고 있다. 부하들을 승진시키고 자리를 많이 만들어 차지하게 하는 것이 유능하고 덕이 있는 공직자로 여겨지는 풍토다. 실제 자신의 공직재임중 한사람의 공무원도 감원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는 고위공직자도 있다고 들린다. 인기주의와 부처이기주의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나라에서 작은 정부, 깨끗한 공직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벌이고 있는지, 멀리 갈 것없이 지금 민간부문에서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감원과 해고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지금의 경제상황에 대해 국민들은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에 빠져 있는 관리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있다. 공직자들은 그같은 비판의 눈길을 따갑게 느껴야 한다. 공직사회가 적당히 눈치나 보고 땜질식 정책이나 일삼는 발상을 버리지 않는 한 인사는 백번해도 소용없다. 정부의 새 진용에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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