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갤러리산책] 천경자의 '초원 Ⅱ'

종이에 채색, 105x130㎝, 1978년작

누구보다 섬세한 감수성과 마음결을 지녔던 한국 여성작가 천경자. 그는 1969년 타히티를 시작으로 28년 동안 유럽ㆍ미국ㆍ아프리카ㆍ인도 등을 돌며 그 감수성으로 현지에서 포착한 소재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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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자신의 드라마 같은 삶으로부터 소재를 길어 올렸던 그는, 낯선 문화와 낯선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창조 에너지와 영감을 얻었다. '초원 II'에서 우리는 아프리카 초원을 거니는 코끼리와 그 등에 엎드린 나신의 여인을 본다. 수풀 사이로 보이는 꽃과 나무, 사자, 얼룩말, 타조 등이 원시적이며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한편, 여인에게서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향기가 느껴진다. 생명력 넘치는 화려한 풍경에도 불구하고 깊은 슬픔에 잠긴 여인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비애감이 감돈다. 그 '화려한 슬픔' 속에서 우리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도 한없이 외롭고 고독했던 화가 천경자의 내면을 엿보게 된다. /글=이주헌 서울미술관장, 사진제공=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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